미국의 초대 재무장관은 알렉산더 해밀턴(1755?~1804)이다. 어려서 고아가 되어 태어난 연도는 불확실하지만 총명했고 성공 의지 또한 강했다. 영국령 서인도제도의 미천한 가정 출신이었지만 뉴욕으로 터전을 옮겨서 컬럼비아대학 전신인 킹스 칼리지에서 수학했다. 당시는 혁명의 시대여서 독립전쟁이 시작되자 입대하여 총사령관 조지 워싱턴의 부관이 되어 사선을 넘으며 서로를 신뢰하는 동지가 되었다. ▶1787년 필라델피아에서 독립한 미국의 헌법제정회의가 열렸을 때 해밀턴은 뉴욕주 대표로 회의에 참석해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하는 강력한 중앙정부를 주장했고 워싱턴을 위시한 대다수 참석자들도 동의했다. 삼권분립과 강력한 연방정부가 해밀턴의 구상대로 탄생되면서 건국의 아버지들로 불리는 55명의 지지와 환호를 받으며 워싱턴이 초대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워싱턴은 새로 출범한 연방정부의 가장 중요한 자리인 재무장관에 1789년 해밀턴을 임명했다. ▶연방주의자였던 해밀턴은 새로 탄생한 미국이라는 신생독립국가의 미래는 상공업에 있다고 믿었고 금융과 사적인 거래에도 신용을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한 정부를 지향했다. 그는 정부가 앞장서서 계약을 존중해야만 미국정부에 신용이 생긴다고 보았다. 해밀턴의 또 다른 업적은 중앙은행 창립이다. 그는 중앙은행의 후원을 받아야 상공업이 번창하고 연방정부가 강력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오늘날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라고 불리는 기구는 해밀턴이 설립한 중앙은행이다. 세계 주요국에 중앙은행이라는 개념의 기관이 없을 때 해밀턴은 신생국 미국에 FED를 창안했고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계속해왔다. ▶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조 바이든은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재무장관으로 지명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연준 의장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공을 세워 연임이 유력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옐런 대신 제롬 파월을 임명했다.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도 옐런에 호의적이어서 인준 청문회를 난관없이 통과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중앙은행격인 연준의 현 파월 의장과 보조를 맞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타격을 받은 미국 경제를 회복시킬 적임자라는 평가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며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폴 크루그먼은 옐런 지명자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이고 연준 의장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등 미국 정부의 경제정책 최고위 3개 부서의 수장을 지낸 여성이라면서 혼돈 속의 미국경제가 안정을 되찾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등 정도를 지향할 것으로 전망했다. 231년 전 재무부 초대 장관으로 중앙은행 연준을 만든 해밀턴의 꿈과 이상을 여성 장관이 맡게 된 셈이다.

/신용석 언론인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