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마무리하며 돌아본 2020년의 기억에 '코로나19'라는 불편한 단어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성남시에 첫 확진자가 발생한 2월25일, 새벽잠을 쫓으며 달려나와 은수미 성남시장의 언론 브리핑을 준비했고 이후 매일같이 진행되는 중대본과의 영상회의와 이어지는 집단감염에 상황보고와 동선공개로 계절을 잊고 지냈다.

시민들에게 방역수칙을 홍보하고 거리두기를 독려하는 입장이었기에 먼저 스스로 모든 인간관계와 접촉을 끊어내야 했다. 마음을 기대어 쉴 수 있는 장소는 오직 집뿐이었다. 준비되지 않은 '어쩌다 집콕'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갑갑한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자유롭게 음식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기에 길어진 저녁을 함께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새겨보는 시간이었다.

그러면서도 가족들은 코로나로 인해 강제로 이른 귀가를 하는 가장을 보며 오히려 역설적으로 반기게 되는 아이러니한 분위기도 연출되었다. 그러나 3차 팬데믹을 겪으며 이 작은 행복도 길게 가지 못하게 되어 잠시 접어두기로 결심했다. 성남시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관내 확진자 156명 중 37.8%에 달하는 59건이 가족 내 감염사례였다. 간병인과 개인교습 등을 포함하면 '집'에서 전염된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71건에 달한다. 사무실과 음식점이 각각 5%, 3.8%임을 고려하면 놀랍도록 높은 수치다. 질병관리청도 집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던 확진자 가족들이 전원 음성판정을 받은 사례를 예로 들며 가정 내 방역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예외 없는 방역수칙이 n차 감염의 연결고리를 끊는다는데 반론은 없지만, 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부부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얼굴을 마주하고, 손주를 보고 싶은 부모님의 발길을 돌려세우는 것이 아직 우리에겐 힘들다. 그토록 많은 일상을 포기하며 살았건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자괴감도 생긴다.

며칠 전 영국을 시작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에 희망을 가져보지만, 전문가들은 안전성이 확보되어 국내에 상용화될 때까지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신 없이 견뎌야 할 마지막 겨울을 준비하며,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딜레마'를 떠올려본다. 날이 추워지면 고슴도치들은 온기를 찾아 다가가지만 이내 가시에 찔려 도망간다. 너무 멀어지면 얼어 죽고 가까워지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다. 다시 다가서고 멀어지기를 반복하며 고슴도치들은 함께 살 수 있는 적정한 거리를 익혀나간다.

정부는 이번 연말까지를 2.5단계 강화된 거리두기 기간으로 지정하며, 향후 판세를 가름할 분기점이라고 선언하면서도 최종 보루인 3단계 카드도 만지작거린다. 제발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잠시 떨어져 있음에 익숙해지기를 권해본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 가까운 친구들, 회사 동료들이나 가족도 모두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다. 내가 마스크를 쓰는 것은 가까운 이들에게 혹시나 모를 감염을 전파할까 두려움이 앞서서다. 겨울이 가면 날카로운 가시는 녹아내리고 함함한 얼굴을 비비며 서로 얼싸안을 수 있는 긴 봄이 찾아온다는 희망으로!

/이종빈 성남시 공보관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