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로나19가 우리 사회를 덮치며 교육현장은 원격수업의 좌충우돌을 경험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원격수업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이런 이야기를 담은 수기집 '원격수업으로 만난 미래교육 이야기'를 펴냈다. 수기집에는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들의 다양한 경험이 담겼다. 수기를 통해 원격수업 운영과정에서의 실패와 갈등, 희망과 감동 등을 전하고 원격수업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익숙함에 잊어버린 소중함 깨달아

 

충의중 3년 박정현 '나의 소망이 절망이 된 오늘'

나는 줄곧 집에서 수업을 듣는 미래를 바라곤 했었다.

꿈만 같은 일이 일어났다. 온라인 클래스에 접속해 모니터 화면으로 개학식을 하고 선생님들의 얼굴을 보며 신기했다. 질문이 있으면 교과 방에 글을 올려야 했고, 출석과 종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몇몇 수업은 선생님의 얼굴도 못 본 채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 했다.

처음에는 첫눈을 본 강아지 마냥 좋아서 뛰어다녔다. 수업도 금방 끝나고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오랜 시간 동안 모니터를 쳐다보려니 눈이 아프고, 많은 프린트를 뽑아야 했다. 학교를 가지 않으니 생활이 나태해지기도 했다. 수행평가를 부실하게 준비하게 됐고, 심지어 기말고사가 다가오고 있는 와중에도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제는 너무 학교가 가고 싶었다.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 싶고, 학교 급식이 그립고,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싶었다. 개학이 연기되고 현장 체험학습, 합창대회, 운동회 등이 모두 취소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기술 책에서 본 발전된 미래 사회 모습에서의 온라인 수업을 부러워하던 과거의 내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지만 언제나 나는 적응이 힘들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어버린 순간은 지금 이 상황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에는 몰랐을 선생님, 친구들, 학교의 소중함 그리고 답답한 마스크는 존재하지 않는 시절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사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영영 사라지지 않아 마스크를 계속해서 쓰고 다닐 수도 있다. 조금은 변화된 태도로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나태함에서 놀랐다. 다시는 그런 모습을 스스로 보이고 싶지 않다. 비록 선생님과 대면해 수업을 듣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학교에서 그랬듯이 성실하게 수업이 임해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 나가겠다.

 


 

시끌벅적 … 온라인서도 싹트는 우정

 

금광중 1년 김우현 '나도 IT강국에 사는 국민'

아침 7시 30분 알람이 울린다. 알람 소리에 이어 익숙한 목소리가 이윽고 날 깨운다.

비몽사몽 눈곱이 붙은 채로 컴퓨터 전원을 켠 후 즐겨찾기로 해놓은 자가진단시스템에 접속한다. 8시가 넘어서면 우리 반 단톡방은 시끌벅적해진다.

먼저 선생님으로부터 자가진단, 출석체크, 조회 준비를 했는지에 대한 알림 문자가 온다. 자가진단이나 출석체크를 하지 못한 친구들을 알려주신다. 선생님뿐만이 아니라 친구들도 아침조회에 미처 접속하지 못한 친구들을 위해 줌이 열릴 때 서로서로 알려준다.(수업 때도 그렇다.) 우정이 온라인에서도 싹튼다.

노트북 카메라가 내 얼굴을 비칠 수 있도록 먼저 각도를 조절하고, 이어폰을 켜고 음소거를 한다. 그리고 각 과목 선생님의 회의실이 열릴 때까지 대기한다. 줌이 끝나면 보충 영상도 있다. 과목에 따라서 재미있는 영상이 있어서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

수업 후 과제 제출이 있는데 과제 후 사진을 찍어 각 과목 선생님 오픈 채팅방에 올린다. 오늘 수업이 끝나면 내 클래스에서 내가 들은 모든 과목에 완료가 떠 있는지 확인한다. 분명히 수업을 다 들었는데 완료가 안 떠서 다시 들어야 할 때 진짜 짜증 난다.

학교 온라인클래스 수업이 다 끝나면 큰 산을 하나 넘은 것 같아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학원 수업도 있다.

거리두기 2.5단계 때는 학원도 쌍방향 수업이었다. 솔직히 학원에서 줌 수업으로 공부한다고 했을 때 놀랐다. 과외 수업받는 기분이었다. 선생님 목소리가 더 잘 들려서 수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고, 귀에 더 쏙쏙 들어온다. 이렇게 할 수 있는데 '학원이 꼭 있어야 하나, 꼭 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가야 하는 우리나라 청소년의 비애다.

종일 연속적으로 줌과 영상 보기를 반복하다 보니 눈과 허리, 그리고 머리도 아프다. 집에만 있으니 몸이 굳는 느낌이다. 화면에 비치는 내 모습이 신경 쓰여 하품도 못 하고, 기지개도 못 켜서 끝나고 나면 삭신이 쑤셨다.

하지만 사람의 적응력이란 참 대단하다. 매일 등교하는 것보다 며칠간은 편안한 집에서 활동하기 좋은 평상복을 입고 수업받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나는 사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고 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만 했었다. 그간 내가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것이 카톡이나 게임, 유튜브 영성 보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그런데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많았다. 풍경 사진만 찍던 내가 동영상도 만들어 편집까지 해봤다.

드디어 나도 IT강국에 사는 국민이 됐다.

 


 

믿고 의지하는 온기가 '면역 방어막'

 

초등학교 워킹맘 학부모 '가족'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전전긍긍하며 일상은 멈춘 듯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내가 병드는 것도 있지만 주변인에 피해를 줘 인생이 흔들리고, 심지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진 채 어느덧 11개월이 지났다.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직장인으로 주변에서 흔한 워킹맘이다. 학교에서 입학식과 개학식을 연기하면서 두 아이는 온종일 집에 있어야 했고, 두 아이를 집에 두고 일하는 직장인 엄마의 애환으로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일하는 동안에도 집에 있는 아이가 걱정돼 수십번이나 전화를 걸었던 기억이 난다.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들과 있어야 할까 고민을 여러 번 했다.

그러다 우리 부부는 올해 4학년이 된 큰아이를 믿고 작은 아이를 맡겨보자고 결정을 내렸다. 어쩌면 '아홉 살 인생' 같은 소설책이 실현될 수도 하는 기대감을 갖고.

두 아이는 4학년과 1학년이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만날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만 빼면 휴업과 학원 휴원에 마냥 신났다. 교육부가 마침내 비대면 수업인 원격수업이라는 대안을 공지했고, 나와 같은 학부모와 학생들, 선생님들 모두가 낯설었다.

4학년 큰아이는 데스크톱 PC로 EBS 온라인클래스를, 1학년 작은 아이는 TV로 EBS 교육채널 시청으로 첫 원격수업을 시작했다. 나는 출근해 전화로 두 아이가 일어났는지 확인하고 오전 9시가 되기 5분 전에 다시 전화해 모두 제자리에 앉아 있는지 확인했다.

큰아이는 전화를 수시로 걸어 “엄마 안들어가져요. 로그인이 안 돼요.” 등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한동안 반복됐다. 작은 아이에게는 앉아서 조용히 수업을 듣지 않으면 TV가 감지해 담임 선생님이 알게 된다는 선의의 거짓말을 둘러댔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 말이지만. 지금은 줌으로 출석 체크와 간단한 과제 발표, 답안지 제출도 할 정도로 익숙해져 있다.

이제는 아이들이 집에 있어도 처음에 가졌던 불안감은 덜하다. 든든하고 의젓한 큰아이 덕분이다. 직장 일로 바쁜 엄마 아빠를 대신해 보호자 역할을 나름대로 하기 시작했고 큰아이 덕분에 씩씩하게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다.

형제애는 더욱더 두텁다. 두 아이를 바라볼 때마다 우리 부부는 흐뭇하다.

코로나19로 지친 나날이지만 우리 가족은 이렇게 극복해나가고 있다. 큰 아이의 착은 성품이 거름이 돼 멋진 어른이 되길 바라며, 우리 가족은 이렇게 서로 믿고 의지하며 밝고 따뜻한 기운으로 면역 방어막을 치며 이겨내고 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