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4년간 8개 구 특정 동 젊은 층 인구 감소 속도 빨라져
부평구, 40세 미만 인구 비율은 부천시와 비슷하지만 편중 심해
외곽·경기 신도시 유출 엎친데 재개발·재건축 불균형 덮친 꼴
'디지털 원주민'이라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는 지금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소비 집단이다. 대략 1980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인구들을 밀레니얼 세대로 보는데, 연령대로 따지면 1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까지 걸쳐 있다.
소득과 소비 전성기를 향해 가고 있는 젊은 세대라서 이들 구매력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베이비붐 세대에서 주를 이루던 구매력은 자녀들인 밀레니얼 세대로 이미 이어졌고 앞으로 관련 영향력은 절정을 향해 치달을 거라는 뜻이다.
인천 원도심 특정 동네에서 밀레니얼 세대 흔적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인천 8개 구 136개 동 가운데 25%인 34개 동에서 40세 미만 인구 비율이 30%대 이하로 떨어진 게 결정적 증거다. <인천일보 12월16일자 3면>
특히 최근 3~4년 전부터 젊은 층 연령대 감소 속도가 빠르다. 전 세계적으로 밀레니얼 숫자가 그들 부모인 베이비부머를 추월하고 있는데도, 인천 원도심 밀레니얼 수는 수도권 내에서도 외딴 섬처럼 메말라 가고 있다. 인천과 살을 맞대고 있는 경기 부천, 시흥, 김포 등의 기초자치단체들에선 40세 미만 인구 비율이 30%대 이하인 경우가 몇 곳 없다.
인천 계양구, 부평구와 인접한 부천시만 보더라도 지난해 기준 10동 모두에서 40세 미만 인구 비율이 4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바로 옆 부평구에선 전체 22개 동 중 6개 동의 40세 미만 인구 비율이 30%대 아래로 떨어진 것과 전혀 다른 분위기다.
부평구와 부천시 전체 인구로 따졌을 때, 40세 미만 인구 비율은 각각 44.8%, 45.5%로 비슷하다. 다만, 부천시는 밀레니얼 세대를 포함해 어린이, 유아 인구가 전 지역에 비교적 골고루 분포해 있고, 부평구는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인천지하철 1호선 부평역과 부평구청역 주변에 집중해 있다는 차이다.
인천 남동구와 붙어 있는 시흥시의 18개 동에선 산과 개별 공장이 많은 신현동(38.1%), 과림동(23.1%)을 제외하고는 40세 미만 인구 비율이 40%를 웃돈다.
김포시 역시 통진읍(39.2%), 대곶면(27.7%), 월곶면(24.8%), 하곶면(27.5%) 정도를 빼면, 읍 단위 동네에서도 40세 미만 인구 비율이 인천 원도심보다 높다.
익명을 요청한 인천 한 자치단체 인구 업무 담당자는 “인천 외곽 신도시와 함께 경기도 신도시까지 원도심 젊은 인구를 흡수해 간 마당에 원도심에서도 재개발·재건축이 불균형적으로 진행돼 젊은 인구가 특정 동네로 쏠려 같은 구 단위에서도 인구 연령 편차가 커졌다”며 “젊은 층 인구 비율이 동마다 널을 뛰니까 근처 동네 상권들도 불경기에 더해 인구 변화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골목 살아있는 원도심, 반전 기회도 남아있다
지도앱 보고 찾아가는 밀레니얼 세대 차별적 매력 갖춘 신흥 골목상권 띄워
'평리단길' 주점 2030 소구 인테리어 SNS 통해 알려지자 손님 모여들어
'#망원동맛집' 35만8000개, '#경리단길맛집' 23만개, '#홍대맛집' 243만개. 반면, '#신포동맛집' 4만9000개, '#평리단길맛집' 17만4000개, '#인하대맛집' 10만4000개.
지난 2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인스타그램에 해당 키워드를 입력했을 때 노출되는 해시태그 숫자들이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먹는 음식이나 장소 등을 해시태그로 표현하는 경향을 보인다. 인스타그램에 어떤 상권 관련한 해시태그가 많다는 건, 그만큼 '핫'한 상권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천과 서울에서 최근 뜨고 있는 상권 관련한 해시태그 숫자 차이는, 인천 사는 젊은 인구가 서울 지인들과 장소 선정을 둘러싼 파워 게임에서 주로 패배하는 원인을 엿볼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명동이나 강남, 이태원 등 유명 상권의 시대가 지고, SNS를 활용해 골목 곳곳을 찾는 20~30대가 늘어도 수도권 내 서울 사랑은 계속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조명한 골목들. 인천 원도심 상권에는 '기회'
지난해 9월,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디지털시대의 소비 트렌드 변화와 골목상권의 부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서울지역 신흥 골목상권들 특징으로 '상권 입지의 중요도가 약화'한 점을 꼽았다. 스마트폰 서비스(SNS, 지도앱)에 더해 디지털 시대 핵심 소비 주체인 '밀레니얼 세대'(20~30대)를 기반으로 스스로 찾아오는 목적지향형 소비자층이 상권을 형성하면서 '경리단길', '힙지로', '망리단길'이 자리를 잡았다는 주장이다.
연구소는 “소비자 간에 특색 있는 골목과 상점의 SNS 공유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유동 인구가 창출됐고, 지도앱 또한 상점 접근성을 높여 지리적 제한을 완화했다”며 “대로변과 주차장, 대규모 집객시설 등을 갖춘 대형 중심 상권이나 복합쇼핑몰 상권과 달리, 신흥 골목상권들은 대개 좁은 골목과 미비한 교통 시설 기반 위에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대형 중심 상권이나 복합쇼핑몰 소비가 골목상권으로 이동하고 있는 현상을 인천 입장에서 풀이하면, 그동안 서울로 빼앗겼던 지출을 어느 정도 되찾아 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이 지닌 탄탄한 도시 기반이 아니어도 차별적인 핵심 테마와 특색 있는 체험 공간만 확보하면 수도권 풍부한 인구를 바탕으로 동네 상권이 새로운 부흥기에 접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 숫자 적은 원도심, “놀러 오도록 만들어야”
인천 평리단길 A 술집 매출 70% 이상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로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들 차지다. 주변 커텐집, 이불집, 한복집이 오후 6시면 문을 닫아 어둑어둑해진 저녁 골목을 지도앱으로 길잡이 삼아 모이는 밀레니얼 세대들이다.
A 술집 주인은 “부평 전통시장이 주는 전통 이미지와 카페, 레스토랑처럼 현대 감성 업종들이 뒤섞이며 주는 평리단길만의 오묘한 분위기를 손님들이 좋아한다. 기본적으로 서울 을지로나 망원동, 문래동이랑 비슷한 감성이다. 우리 가게에선 이런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인테리어를 내세웠더니 손님들이 사진을 찍어 해시태그, 블로그 등에 올려 홍보를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정동섭 파트너는 '골목상권에 열광하는 소비자로 보는 국내 상권의 미래'(2019년) 연구서에서 “고객 생활 반경에 위치할 수 없다면, 그 공간만이 어필할 수 있는 가치로 고객을 유인해야 한다”며 “앞으로 개발될 상업공간들은 다양한 콘텐츠와 환경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탈바꿈하면서도, 몸집을 줄여 날쌔게 그리고 가깝게 소비자에게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적었다.
/이주영·김원진·이창욱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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