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를 거닐 듯...예술을 맛보다

소통·공감이 단절된 시간 …느림의 행복, 슬로푸드로 채우면 어떨까

“제가 지난달 케이슨24 갤러리 스페이스앤에서 가진 개인전의 주제가 ''자연' 생명의 바람'인 것처럼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면서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생명의 바람으로 치유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걸었어요. 평소에 꽃이나 풍경, 나무 등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작품 소재로 삼고 재료도 기름을 쓰는 유화보다 수채화, 아크릴화, 한국화 등 환경친화적인 재료들로 생명의식이 투영된 작품을 주로 하고 있어요”

서양화가 설향(雪香) 조철숙 작가가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케이슨24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키사스(Quizas)'를 찾았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한국화에도 관심이 많아 자주 그리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사군자나 만화를 그리는 언니 오빠들 틈에서 자연스레 그림을 그리고 접할 수 있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한 언론사에서 주최한 전국파스텔학생대회에 작품을 출품해서 최우수상을 받았는데 그때부터 미술반에 들어가 정식으로 공부하게 됐지요.”

조 작가는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특선 2회를 수상하고 심사위원과 운영위원을 역임했다. 인천여성 미술 비엔날레 회원전과 미국 시카고 한인문화회관 초대전, 그리스,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호주, 인도 등 국내외 초대 및 단체전 300여회를 가졌다. “그동안 수많은 전시회에 참가했지만 지난달 이곳에서 가진 개인전이 판매수익금의 일부를 모아 지역의 청년작가들을 지원하려는 취지여서 의미있는 전시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관객들이 적어 예상만큼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쉬움이 많아요. 하지만 허 대표께서 류재형 사진작가와 함께 내년 봄에 다시 추진한다고 하니 다행이에요.”

조 작가는 지난해 인천YWCA 21대 회장에 취임, 4000여명의 회원을 이끌고 여성들의 인권 보호와 권익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YWCA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결혼 후 인천으로 와서 1992년에 인천YWCA 총무를 지냈고 이사로 20여년을 보냈어요. 올해가 인천YWCA 창립 50주년이에요. 백경애 초대 회장님 등 지역의 여성들이 뜻을 모아 인천YWCA를 설립한 뒤 경동, 유동, 간석동 시대를 거쳐 현재 구월동까지 반세기를 이어왔지요. 원래 4월에 기념식을 가지려고 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미뤄오다 지난 10월에 한국YWCA와 YMCA 회장 등 꼭 모셔야할 분들 50명만 초청해서 예배 중심으로 기념식을 치렀지요.”

내년 2월이면 2년 임기를 마치게 되는 조 회장은 법인 설립을 통한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역 YWCA는 한국YWCA 지회 개념으로 있다가 지역 법인화를 준비하고 있어요. 올해 안에 마무리하려 했는데 사옥 소유권 이전에 따른 세금 발생 등 이런저런 문제가 생겨 늦어지고 있어요.”

인천YWCA는 노인요양원과 재가복지센터, 삼산종합사회복지관, 부평풀내음어린이집, 인천여성인력개발센터 부평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을 운영하며 탈핵생명운동, 성평등운동, 평화통일운동, 청소년운동 등 4대 중점운동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늘 보던 어르신들을 못만나는게 가장 안타까워요. 특히 문화예술계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려는 '케이슨24'같은 공간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그 집 추천메뉴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사총사와 원 데이 푸드트립

 

※ 콥샐러드

'콥샐러드'는 미국 LA의 유명한 레스토랑 '브라운 더비' 오너 셰프인 로버트 하워드 콥의 이름에서 따왔는데 늦은 시간에 레스토랑을 찾은 손님을 위해 냉장고에 남은 재료들로 즉석에서 만들어 낸 샐러드다. '키사스'의 콥샐러드는 베이컨, 메추리알, 할라피뇨, 옥수수콘, 방울토마토, 치즈, 적양파, 닭가슴살, 올리브 등 9가지 신선한 재료를 토핑으로 쓴다. 소스는 고르곤졸라치즈와 렌치소스를 조합해서 만든 고르곤졸라렌치소스이다. 소스와 토핑 재료를 따로 먹어도 좋지만 함께 버무려 먹으면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다.

※ 랍스터파스타·게살오이스터파스타

랍스터파스타는 '가는 머리카락'이란 뜻인 카펠리니(Capellini)면을 사용했다. 랍스터는 갈릭버터를 곁들여 오븐에 구워 랍스터의 고소한 맛과 버터맛을 살려냈고 소스는 갑각류를 볶아 만들어 깊은 맛을 내는 비스큐소스와 비스큐오일로 조리해 풍미를 더했다. 면에 뿌려진 레드페퍼와 소스를 살짝 섞어 랍스터와 함께 먹으면 소스 본연의 맛과 랍스터 식감이 어우러진다. 또 게살오이스터파스타는 굴소스와 고추기름을 함께 사용한 매콤한 파스타로 토핑으로는 어린잎과 홍게 살이 올라가 부드러움을 더한다.

※ 4치즈피자

모짜렐라치즈, 크림치즈, 체다치즈, 고르곤졸라치즈 등 네 가지 치즈가 들어가 '4치즈피자'로 이름을 붙였다. 피자 도우에 바르는 베이스는 크림소스를 사용해서 오븐에 구워냈다. 길게 늘어지는 치즈피자를 보면 절로 침이 고이고 손이 간다. 함께 나오는 꿀에 발라 먹는데 어린이는 물론 어르신도 즐겨 찾는다.

※ 안심스테이크

초이스등급의 안심 300g 정도와 감자크로켓, 가니쉬가 곁들어진 스테이크. 스테이크 본연의 맛을 살리기위해 팬 시어링 후 오븐에서 조리하여 촉촉한 육즙이 가득하고 고기의 풍미를 높였다. 소스는 당근을 갈아서 가는 체로 걸러 걸쭉하게 만든 당근퓨레를 사용한다. 고기에 곁들이는 야채인 가니쉬는 아스파라거스, 쪽파, 토마토를 오븐에서 구워내어 식감과 감칠맛을 살렸다. 감자크로켓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식감과 진한 맛이 일품이다. 고기를 한점 썰어, 구운 가니쉬 야채와 함께 당근퓨레에 찍어 먹으면 환상적이다.

 


 

-그 집 이야기

 

식사와 전시 관람·바다 산책을 한 번에 … 연인들의 완벽한 데이트 코스

 

“저는 '케이슨24'가 인천지역 문화와 예술의 거점이 돼서 공연과 전시를 통해 문화예술의 공유를 통해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단순한 소비보다 사람과 공간의 가치를 중시하며 시민과 예술인들이 어우러져 스토리를 만드는 '아트 앤 컬쳐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를 꿈꿔요.”

인천 송도국제도시 인천대학교 뒤편의 솔찬공원과 맞닿아 있는 복합문화공간 '케이슨24'의 허승량 대표는 “인천이 가진 최대 장점이 해안과 바닷바람, 석양 등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연이 주는 인천만의 인센티브를 활용하면 해안선을 따라 지역별로 제2, 제3의 '케이슨24'가 나올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케이슨(Caisson)'은 인천대교를 만들 때 사용한 공법으로 이곳이 케이슨 작업장이 있었고 송도 해안선에 있는 24번째 공원이 솔찬공원이라 '케이슨24'라 이름 지었다. 1층은 편의점과 카페, 갤러리, 공연장 등이 있고 2층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키사스(Quizas)', 옥상에 전망대가 있다. “키사스는 프랑스나 스페인에서 '어쩌면'이란 뜻이에요. 어쩌면 이곳에서 옛사랑을 만날 수 있겠지? 또는 어쩌면 내 고민이 해결되려나 하는 설렘을 갖고 오는 곳이죠. 외국의 박물관이나 전시장, 공연장 근처에는 대부분 유명 레스토랑이 있어요. 예술인들이 공연과 전시로 문화 퍼포먼스를 하면 시민들은 그런 퍼포먼스를 즐기면서 목마르면 음료를 마시고 배고프면 음식을 먹는거지요.”

전남 광양 출신인 하 대표는 20여년 전 디자인회사를 차리면서 인천과 인연을 맺었고 지금도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스마트밸리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의 카페 등을 운영한 경험이 '케이슨24'의 기반이 됐다. “제가 '케이슨24'를 시작할 때 이곳은 철조망이 있고 오후 8시만 되면 출입이 통제됐어요. 외지고 어둡고 침침하던 이곳이 몇년 사이에 인천바다를 경험할 수 있는 명소가 됐죠. 지난해 저희 매장에서 카드사용 횟수가 무려 26만회예요. 카드사용 1회당 최소 3인 이상이 동행한 것으로 추산하면, 100만명 가까이 다녀간거로 봐야 해요. 또 25%는 2회 이상 방문자, 75%가 새로운 손님이에요. 매장 이용 않고 그냥 바다만 보고 간 방문객 수가 훨씬 많다는 걸 생각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찾은 셈이죠.”

허 대표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새로운 시도를 좋아한다. 자신에게 닥친 시련도 다른 사업을 위한 스토리보드의 한 꼭지라고 중하게 여긴다. “제 좌우명이 '꿈꾸고 실행하고 그 결과에 흥분하라'에요. 키사스 오픈 때 초빙한 셰프 3명을 포함 대부분 젊은 층인 직원들도 저의 비전에 공감하고 있어요. 저는 종종 직원들에게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거나 이곳을 벗어나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고민해보라는 과제를 던지죠. 저는 사업가니까 방향만 제시하고 투자를 해서 젊은 직원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함께 꿈꾸고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면 뭔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테이블은 6인석 3개, 4인석 12개로 모두 66석이며 주차는 전용주차장과 공용주차장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032-832-0024

/글·사진 여승철·장지혜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