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의 해고노동자 재복은 얼마 전 해고 무효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더 싸울 여력도 여지도 없어진 그와 동료들은 추운 텐트에 앉아 망연 자실하다가 '우리라고 휴가 못 갈 건 뭐냐'며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휴가를 떠난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딸들은 아버지를 반기지 않고 큰 딸 대학 예치금과 작은 딸이 원하는 롱패딩 값이 재복을 초라하게 만든다. 휴가는 커녕 재복은 친구가 관리자로 있는 가구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영화 '휴가' 스틸 컷. /사진제공=인천영상위원회

인천영상위원회 제작지원한 이란희 감독의 영화 '휴가'가 서울독립영화제 2020 장편 대상을 수상했다.

이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 휴가는 2016년 발표한 단편 '천막'에 이어 해고노동자의 삶에 주목한 작품이다. 담백하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간 이 작품은 2018년 '씨네인천' 장편영화 제작지원 부문 선정작으로 당시 심사위원들이 “취재에 기초한 담담한 진실 추구가 묵직한 울림을 준다”고 평가한 바 있다.

올해 제9회 광주독립영화제, 제25회 인천인권영화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으며 이번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장편 경쟁 부문 대상과 더불어 독불장군상, 독립스타상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영화는 끝까지 나아가 결국 다시 거리에 서는 노동자를 보여준다”며 “물러서지 않는 감독의 힘이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