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차 대유행이 위기 국면을 맞고 있지만 병상부족 사태가 심각하다. 정부가 일반 병상 2260개, 중환자 병상 287개를 확충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실행에 옮겨지려면 길게는 3주까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방역당국은 이번 주와 다음 주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울 것으로 우려한다. 병상 확보 속도가 환자 발생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상 부족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위험을 줄이려면 무엇보다 중환자 병상 확보가 시급하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사정이 이러해 정부는 의료계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대형 민간병원들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1곳 중 4곳은 코로나 중환자 전용 병상을 아예 제공하지 않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건국대병원, 경희대병원, 인천성모병원 등 4곳의 민간 상급종합병원이 제공하는 병상 수는 제로(0개)다. 이 중 3곳은 뒤늦게 지원계획을 밝혔지만, 절박한 상황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빅5' 병원 가운데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민간병원 4곳(서울성모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의 지원 규모가 20개 병상에 그치고 있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코로나 중환자 치료에는 병상 한 개당 의사 2명, 간호사 10명 등 많은 의료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 병원이 병상 제공에 인색한 것으로 알려진다.

우수한 의료인력와 시설•장비를 갖춘 대형 민간병원들이 코로나 사태를 외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쉽다.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호흡기 장비에 능숙하지 않은 지방의료원 의사들도 치료에 매달리고 있는데, 최상급 역량을 갖춘 민간 상급종합병원의 협조가 절박하다”고 말했다.

미국•유럽이 하루 코로나 확진자 수만명의 상황을 버텨온 것은 공공•민간병원을 구분하지 않고 병상을 동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가 유럽 등에 비해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민간병원이라고 해서 사회적•도덕적 책임을 덜 부담해도 된다는 논리와 명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의료문제까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해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