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인 전 대한노인회 인천연합회장
국가 유공자 보상금 전액 지역에 기부
▲ 15일 대한노인회 인천시연합회장실에서 이기인(오른쪽) 전 회장이 박용렬 현 회장에게 노인복지기금 4043만90원을 기탁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노인회 인천시연합회

망백(望百•91세)을 훌쩍 넘겼다. 백세(百歲)를 바라보는 나이다. 미련도, 걱정도 다 내려놓고 혼자만을 챙길 법도 하다. 하지만 고향 인천과 후대를 사랑하는 애향심은 그에게 여전히 최우선 가치다.

이기인(93) 전 대한노인회 인천시연합회장이 국가로부터 받은 수천만 원의 유공자 보상금 전액을 지역사회에 바쳤다.

이 전 회장은 15일 대한노인회 인천시연합회를 방문해 박용렬 회장에게 특수임무수행자 유공자 보상금 4043만90원을 노인복지기금으로 내놨다. 특수임무수행자 유공자 보상금은 1951년부터 군 첩보부대에 소속돼 특수임무를 수행한 유공자들에게 주어졌다.

이 전 회장은 6·25전쟁 중이던 1951년 부산 피난 시절 육군본부 표문호 정보국장을 찾아가 자원입대한 후 정보국 첩보요원으로 발탁돼 경북 영덕과 영천 지구에서 첩보활동을 수행했다. 최근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특수임무수행자로 인정받아 보상금을 수령했다. 그는 "나라가 어려울 때 대한민국 젊은이로서 응당해야 할 일을 했던 것"이라며 "보상금 용처를 놓고 고심하다가 코로나19로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들을 위해 사용하는 게 합당하겠다고 판단해 노인회에 기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시 서구 심곡동에서 17대를 이어 온 전주 이씨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일제강점기였던 1944년 17살의 나이로 동네 친구들과 함께 독립운동가들 활약상을 모은 책을 독해하려던 중 경찰에 발각돼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살이했다. 27살 결혼식 때 인천의 대표적 독립운동가인 죽산 조봉암이 주례를 선 배경이다. 이후 인천으로 귀향해 애국청년단체에서 활동하다가 염전 사업에 뛰어들어 자수성가했다.

1994년 대한노인회 인천시연합회 부회장을 시작으로 이후 2014년까지 20년 간 부회장 2차례, 회장 4차례를 역임했다. 2006년 회장 재임 땐 1억 원의 노인복지기금을 기증했고 그해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했다.

"기부와 봉사는 이웃을 배려하는 이타심(利他心)의 표현입니다. 인성을 갖춘 아름다운 인천시민들로 넘쳐나면 좋겠습니다."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