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콩 저렴하게 공급…건강한 먹거리 문화 선도

국내 콩 수급량 중 수입산 비율 92.8%
두부·장류·두유 등 각종 가공식품
국산 원료만으론 사용량 충족 어려워

조합, aT·FTA직수입으로 공급 받은 콩
조합원에 공급 원가절감·수익증대 기여

2000년대 들어 콩 가공식품 소비 감소
과도한 수수료 등으로 조합 영세한 수준
공동구매사업 수수료 조정 등 변화 모색
▲ 경인서울콩가공협동조합은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두부 등 가공업체에 양질의 수입산 콩을 공급하고 있다. 한 때 몇 안되는 단백질 보충원으로 콩이 각광을 받을 때와 비교해 소비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새 판로를 뚫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두부와 콩나물은 1960~70년대 우리 근대화의 상징이자 빈곤한 밥상에 부족한 단백질의 보충원이자 풍성함을 선사했던 품목이다. 2000년대 들어 국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해외여행이 빈번해지면서 여러 나라의 음식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두부와 콩나물에 대한 국민적 수요는 여전하다. 경인서울콩가공협동조합은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두부 등 가공업체에 해외에서 양질의 콩을 수입해 공급하고 있다. 한 때 몇 안되는 단백질 보충원으로 두부가 각광을 받을 때와 비교해 중요성은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우리 밥상의 중요 품목인 두부를 생산하고 있는 콩가공식품업계는 새 판로를 찾기에 나서고 있다.

 

▲먹거리의 변화, 콩가공조합의 판로찾기

국내로 들여 오는 해외 콩수입의 절대 비중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수입품목이 차지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국내 콩 수급총량 중 수입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92.8%이며 국내 생산량은 7.2%로 수입 콩 의존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콩 가공식품에서 국산 콩보다 수입 콩 사용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2016년 기준 콩 가공식품별 국산 콩 사용 비중을 살펴보면 두부는 24%, 메주·간장·된장·고추장 등을 포함한 장류는 23%, 두유는 5%, 그리고 콩기름은 0%이다.

제조업체 입장에서 국산원료는 품질과 안전성 면에서 우수하지만 비싼 원료가격이 국산콩 사용 확대의 제약요인으로 꼽힌다. 또 국산 콩 생산량만으로는 전체 콩 가공식품에서 사용되는 원료 콩사용량을 충족시킬 수 없어 콩 생산량 증가가 필요하다. 생산된 국산 콩은 두부류 생산(85%)에 가장 많이 사용되며 장류(5.6%), 두유 (2.3%)가 그 뒤를 따랐다.

경인서울콩가공협동조합은 협동조합 연합체인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을 통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구입해 공급하거나(77%),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입대행업자를 통해 수입해 공급(23%)하고 있다. 100% 수입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두부의 원재료인 대두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소포제, 응고제 등 두부 첨가물과 장갑 등 위생품목을 공동구매하고 있다.

1973년 설립된 조합은 국영무역을 통해 미국, 캐내다, 중국산 대두를 공급하고, FTA 의무물량을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수입대행업자를 통해 직수입해 공급하는 구조로 운영되면서 조합원의 두부제조 원가 절감 및 그에 따른 수익증대,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 공급을 통한 지역사회 안전권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이학환 경인서울콩가공협동조합 이사장은 "60, 70년대 빈곤한 우리 밥상에서 부족한 단백질의 보충원 역할을 해왔던 두부와 콩나물의 비중이 점차 작아지면서 우리 조합의 역할도 감소하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지역에서 생산돼 지역민들에게 공급되는 대표적인 로컬푸드로서 콩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지언정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우리 조합과 조합원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표적인 콩가공식품인 두유시장은 최근 몇 년 간 정체돼 있지만 2017년 전년도에 비해 판매액으로 1.65%, 판매량으로 0.7% 증가했고 중·장년층 중심의 소비패턴이 20~30대 젊은 소비자층으로 변화하고 있다.

두부시장도 먹을거리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도시 인근을 중심으로 직접 두부를 만들어 판매하는 음식점이 늘어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학환 이사장은 "원산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재 조합을 통해 수입되는 대두는 비유전자변형식품(Non-GMO) 규정에 맞추고 있으며 보다 좋은 품질의 원료를 보다 저렴하게 수입해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바로 생산해 바로 유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조합원들의 고객인 실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생산품을 찾을 수 있도록 조합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aT의 절대적 비중 개선해야

71개 조합원 등 100여곳의 생산업체에 대두를 공동구매해 납품하는 조합의 입장에서 대형 유통업체에 OEM(주문자생산방식)으로 납품하는 규모있는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통시장이나 식자재마트, 음식점 등에 납품하는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오랜 기간 고객과 가장 밀접한 곳에서 만나 규모의 경제를 구현한 스타급 두부제조업체는 존재한다. 조합에서는 미래 잠재고객인 유아·청소년과 전통음식에 관심이 있는 젊은 소비층을 대상으로 두부를 매개로 한 체험학습과 요리강습을 열고자 하지만 쉽지 않은 상태다. 과거 조합차원에서 보다 질 높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공동실험을 운영하였으나 2011년 제정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폐쇄하기도 했다.

공동브랜드를 개발해 판로 확대를 시도해지만 식품안전관리인중기준(HACCP)을 충족하는 조합원이 1개밖에 없어 운영을 포기했다.

조합차원에서는 대두 50㎏ 1포당 생산업체에 판매하는 수수료에서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 및 aT 수수료와 운송료, 상하차비용을 제외하면 실제 조합의 수수료 수익이 전체 수수료의

5~6%에 불과한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에서는 즉석두부 판매 조합원의 위생환경 개선을 위해 인천시나 식약처에 포장기계 설치 목적의 환경개선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중장기 과제로 공동구매사업 조합의 수수료에 대한 합리적 조정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대두, 비유전자변형식품 규정 맞춰 수입...안심하고 드세요"

부천의 전통시장에서 직접 두부를 생산, 판매하는 이학환 경인서울콩가공협동조합 이사장에게 있어 두부와 콩나물은 향수와 같은 존재다. 두부를 엄청 좋아했던 부친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두부를 입에 달고 살았던 그에게 1960, 70년대 유일한 단백질 보충원이었던 두부는 이제 드라마나 영화에서 막 출소한 사람들에게 먹이는 형식으로만 남았을까?

이학환 이사장은 "결코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비록 빈곤한 밥상을 채우던 시절만큼은 아니어도 여전히 두부 등 콩가공식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체험공간이나 요리로 발전시키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판로에 대한 개척이 일어나고 있다고 장담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이 확산되면서 산업 전반이 어려움이 크지만 좋은 먹거리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90% 이상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콩가공식품의 특성상 우리 콩 재배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있어야겠지만 그렇다고 90%를 차지하는 수입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줘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현재 수입구조상 aT의 비중이 절대적이면서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면서 "조합과 같은 영세한 콩가공식품업계에서는 우리 콩 재배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aT에 편중된 수입구조와 가격체계도 개선해야 할 지점이다. 골목상권,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학환 이사장은 "실제 전통시장에 가보면 포장용 두부 보다는 갓 생산된 김이 모락모락나는 따뜻한 두부에 대한 수요가 많다"면서 "조합과 aT,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 차원에서 비유전자변형식품(Non-GMO) 규정에 맞춰 대두를 수입하는 만큼 직석두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