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도는 원래 여의도처럼 땅콩이나 채소가 잘 자라고 여름이면 아이들이 멱을 감던 한강의 모래섬이었다. 산업화로 서울 인구가 폭증하면서 쓰레기도 함께 늘어났다. 1978년부터 15년간 난지도는 서울에서 나오는 모든 쓰레기의 종착지였다. 모래섬의 자취는 간 곳 없어지고 100m 높이의 거대한 쓰레기 산 2개가 우뚝 쏫아 올랐다. 소설가 정연희씨의 '난지도'는 이 거대 쓰레기 더미를 생활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얘기를 담은 작품이었다.

▶인천 서구의 수도권쓰레기매립지는 이 난지도의 후신인 셈이다. 중앙정부가 시장_도지사를 임명하던 시절, 여의도 8배 크기의 이 땅을 인천_서울_경기 쓰레기를 모두 들여오는 광역 매립지로 못 박은 것이다. 그 운영은 환경부 산하 공기업에 도맡겨 인천시민들은 범접도 어려운 깜깜이 영토가 돼왔다. 10여년 전 막 입주가 시작된 청라국제도시가 참을 수 없는 악취에 휩싸였다. 수도권매립지가 지목됐지만 나몰라라 했다. 사태가 커지면서 매립 현장에서 곧 악취의 원인이 드러났다. 쓰레기 매립장의 가스 추출공들이 벌겋게 녹쓸어 구멍이 쑹쑹 뚫려 있었던 것이다. 시민들 세금인 쓰레기 반입 비용은 엄청나게 걷으면서 시설 투자는 외면한 결과였다.

▶그간 수도권매립지공사 안팎에서는 온갖 비위, 부패 사건들이 잊을만 하면 터져 나오곤 했다. 수도권매립지에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의 경기장을 건설할 때는 시공사로부터 돈을 받은 매립지공사 간부들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또 엉터리 견적서를 토대로 계약을 맺어 매립지공사에 2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함께 받았다. 2009년에는 불법 폐기물 반입을 감시하는 주민감시원들이 업체들로부터 6억원을 '월정 수금'한 사건도 있었다. 이 때 나온 얘기가 '주민감시원 2년이면 아파트 1채'였다.

▶그런 수도권매립지에서 이번엔 '공짜 흙 납품' 사태까지 벌어졌다. 쓰레기를 묻는데 필요한 복토용 흙은 매립지의 필수 원자재다. 그래서 수도권매립지공사법에도 '흙과 모래 확보를 위한 취토장 개발 및 운영'이 주요 사업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그간 매립지공사는 손쉽게 이 흙값을 설계에 반영해 공사를 발주했다. 2025년까지 사용할 3-1매립장의 흙값은 232억여 원이다. 25t 트럭 한대(14∼15㎥)당 10만원 좀 넘는다. 그런데 이 돈이 하청, 재하청을 넘어가면서 마지막 트럭기사에 이르러 '0원'이 된 것이다. 올해 봄까지만 해도 1만원까지는 돌아왔던 트럭기사 보조금의 실종 사태다. 그 막대한 흙값이 어디로 다 새 나가고 트럭기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공짜로 흙을 운반한 것이다. 수도권 시민들의 혈세를 이렇게 뿌려대는 매립지공사가 인천에 계속 남아있어야 하는 건지.

/정기환 논설실장 chung783@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