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보호관찰관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청사가 없는 성남보호관찰소에 근무 중인 보호관찰관입니다. 제가 주로 하는 일은 전자감독입니다. 지난 12일 출소한 조두순처럼 성범죄를 했던 사람들에게 전자발찌를 채우고, 일정 기간 전자감독과 보호관찰을 통해 재범을 막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부터 매일 수십 건씩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를 통해 조두순 관련 뉴스가 쏟아졌습니다. 조두순의 전자감독이 시작되는 날엔 모든 매체가 관련 소식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전자감독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전자감독 대상자 증가에 대비해 보호관찰관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인력 증원에 대한 기대감도 생깁니다. 그런데 정작 그 일을 담당하고 있는 보호관찰관인 저는 두려움이 가득합니다.

사실 저는 2012년 최초로 성도착증 환자에 대한 성충동 약물치료(일명 화학적 거세)를 담당했던 보호관찰관입니다. 처음으로 성충동 약물치료를 담당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대단했습니다.

대상자가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을 때 국민의 따가운 질책 및 보호관찰, 전자감독, 가출소, 성충동 약물치료, 특별준수사항 등 관련 제도의 무용론이 나올 수 있다는 걱정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지금 조두순과 달리 그때 언론은 사실을 토대로 최소한의 보도에 그쳤습니다. 대상자와 그 가족, 거주지역, 치료 병원 등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대상자 치료를 담당했던 치료협의체 및 지방자치단체, 경찰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립법무병원, 주민, 가족들도 조용히 담당 보호관찰관인 저를 믿고 도와주었습니다. 그래서 대상자는 지역사회 속에서 생활하며 재범하지 않고 무사히 성충동 약물치료 등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전자감독제는 2008년 9월 성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됐습니다. 그간 전자감독제는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법률 개정을 통해 미흡한 점을 보완했습니다. 또한 쉽게 훼손할 수 없는 견고한 일체형 전자발찌 개발 부착, 대상자의 범죄행동 분석, 이동 경로, 생활방식을 반영한 범죄 징후 예측 시스템 활용, 일선 보호관찰소 전담직원의 1대 1 전자감독 및 관제센터의 집중관제, 경찰과 대상자 정보 공유 및 긴밀한 공조, 지역 방범용 CCTV와 연결한 관제 시스템 구축, 거짓말탐지기 검사 활용, 피해자 접근 금지 및 보호 등으로 재범 방지를 위한 빈틈없는 전자감독에 노력해 왔습니다. 더불어 전자감독 대상자의 빠른 사회복귀와 인권보호를 위해 심리치료, 정신질환 및 알코올중독 등 치료 지원, 직업훈련 및 생필품 지원 등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범죄로부터 안전에도 공짜는 없습니다. 우리들의 작은 용기와 희생 그리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만이 조두순의 재범을 막을 수 있습니다. 조두순의 재범을 100% 막기 위해 한순간도 잊지 않고 노력하고 있는 보호관찰관과 경찰관 등 관계자들을 믿고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이 글이 조두순 사건 피해자와 그 가족, 성범죄로 또 다른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분들께 편견과 슬픔으로 다가가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신달수 수원보호관찰소 성남지소관찰과장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