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통일의 길은 멀고 험하다. 그러나 멈출 수 없다. 그것은 평화를 사랑하는 전 인류의 염원이요, 대한민국의 꿈이다. 눈발 흩날리는 분단선 앞에서 벌써 며칠째 외로운 싸움을 이어나가는 이가 있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 그가 오는 15일 천막사무실 밖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삼보일배에 돌입한다. 작동을 멈춘 채 요지부동인 개성공단의 재개와 도라산 전망대 집무실 설치마저 거부하고 있는 유엔사의 월권행위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다.

통일대교 남단에서 시작해 북단 끝까지 그가 갈 수 있는 거리는 고작 0.9㎞뿐이다. 짧은 구간이지만 기어이 기어오르겠다는 그의 어깨에 한반도의 고민이 하나로 압축돼 있다. 사실, 그의 시작은 소박했다. 도라산 전망대에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집무실을 설치하겠다는 것이었다. 잠시나마 훈풍을 몰고 왔던 남북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져들고 다시 앞을 헤쳐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그의 선택은 꿈을 포기할 수 없다는 고뇌를 표현하는 작은 몸짓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도라산 전망대 앞에 몽골식 텐트를 설치해 6명이 상주하되 개별이탈 금지와 철저한 코로나19 방역을 준수하겠다는 7가지 수칙에 군 당국이 합의했다. 그러나 경기도의 요청에 호의적이던 군 당국의 입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군은 천막집무실 입주 하루 전인 9일 돌연 입주 불가를 통보했다.

군이 설명한 불가 사유가 수상하다. 유엔사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것. 그야말로 '참담한' 일이다. 이 부지사의 말대로 북한으로 물건을 보내겠다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우리 땅에 집기를 놓겠다는 것조차 유엔사의 허락 없이는 할 수 없다는 건 명백한 주권침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점점 알 수 없는 건 군 당국의 입장이다. 계속된 집무실 설치 요구에도 군 당국은 여전히 '유엔사와 협의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다.

한반도 문제가 미국의 협력과 주변국들의 이해 없이는 풀기 어렵다는 것쯤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명백히 그릇된 일에 대해서조차 입을 다물고 있어서야 어디 군의 체면이 서겠는가. 도라산 전망대의 경기도 평화부지사 집무실 설치는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상징성은 크지만, 그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는 않는다. 더는 그의 집무실 설치를 막아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