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지역 안에서 돈이 돌고 도는 경제, 즉 '지역순환경제'가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지자체 정책과 지역 시민사회 실천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지역 외부의 자본과 기업을 유치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그간의 정책 기조가 긍정적인 효과는커녕 되레 지역경제의 피폐화를 초래했기 때문이리라. 지역 안에서 경제적 동력을 찾는, '지역순환경제'는 이렇듯 지난날의 잘못된 지역경제 전략에 대한 반성의 귀결로서 지금 등장하고 있다. 또 각지에서 그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시와 영국 랭커셔주의 프레스턴시가, 또 일본의 이와테현과 키타큐슈시가 그러하다. 이 도시들은 다른 도시들과 확연히 다른 수준의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와 그 안정성을 선보이고 있다.

'지역순환경제'의 정의를 명확하게 내려보자. 이는, 지역 내 기업의 경제활동을 통해 생산된 부가가치가 해당 기업 노동자와 기업의 소득으로 분배되면서 그 지역 안에서의 소비와 투자의 형태로 지출되어 또다시 그 지역 내 기업으로 환류되는, 즉 지역 내 부가가치의 역외 유출이 없는 경제를 말한다. 이와 같은 생산, 분배, 소비 및 투자의 경제적 선순환 과정 중 어느 한 과정에서라도 지역 밖으로 돈이 유출되면 지역경제는 축소되거나 침체될 수밖에 없다. 즉 지역경제를 살려내는 동력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게 되니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될리 만무하다. 이 때문에, 지자체는 '지역순환경제'의 정의에서 언급한 세 단계의 지역경제 순환 과정을 면밀히 파악하여 어느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바꿔 말하면 어느 곳에서 돈이 지역 밖으로 새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역순환경제'를 의식한 지자체 정책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내 기업경영자의 시점에서 볼 때, 지역경제의 순환 구조는 다음과 같다. 남동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한 경영자가 원재료비 등의 비용을 제외하면 연간 1억 원을 번다고 하자. 그 결과, 남동공단의 이 기업은 1억원의 부가가치를 생산한 것이 된다. 여기까지가 지역경제의 '생산' 과정이다. 그리고 이 기업이 번 돈 중에서 4000만원은 가계로 흘러들어가고 6000만원은 이 기업의 사업자금으로 다시 충당되며, 또 이 기업 경영자의 부인이 소일거리로 경기도 지역에서 연간 2000만 원을 벌고 있으며, 나아가 이 기업이 중소벤처기업부의 우량기업으로 인증되어 매년 2000만원의 지원금 또는 보조금을 받고 있다고 하자. 그 결과, 지역 외부로부터 4000만원이 유입되기 때문에, 인천 지역 안의 시민들과 기업에 총 1억 4000만원의 소득이 분배된다. 여기까지는 지역경제의 '분배' 과정이다. 나아가 이렇게 분배된 소득 중에서 이 기업의 경영자 가계는 5000만원을 인천에서, 1000만원을 인천 밖에서 소비하며, 또 공장설비 개보수를 위해 5000만원은 인천의 사업자에게, 남은 3000만원은 인천 밖에 있는 사업자에게 발주한다고 하자. 그 결과, 인천 지역 밖으로 4000만원이 유출되기 때문에, 인천 지역 내부의 기업에는 1억원이 지출로서 환류된다. 이는 지역경제의 '지출' 과정이다. 이러한 지출 과정은 다시 생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렇듯, 지자체가 지역의 돈의 흐름을 생산(부가가치액), 분배(소득), 지출과 같이 세 단계로 '가시화'해서 추적, 검토하게 되면, 지역경제의 전체상을 파악할 수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고 각 단계에서 돈이 얼마나 또 어떻게 유입, 유출되는지 그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낼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지자체는 지역의 부가가치액을 늘리고 지역경제의 선순환 즉 '지역순환경제'를 실현해내는 데 있어서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들을 적실히 추출할 수 있게 된다. 일본의 일부 혁신적인 지자체들이 '지역순환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매년 지역경제 자립도를 측정하고 있는데, 그 지표로서 '지역경제순환율<생산(부가가치액)÷분배(소득)>'을 매년 산출하여 이를 토대로 지역경제 정책을 기획하고 있는 것은 여타 지자체들이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검토하게 되면, '생산'과 관련해서는 지역 내에서 부가가치액이 가장 큰 산업은 무엇인지 또 노동생산성은 타 도시에 비해 우위에 있는지, '분배'와 관련해서는 소득이 역외로 새고 있는지 아니면 역외에서 유입되고 있는지 또 인구 1인당 소득수준은 타 도시에 비해 우위에 있는지, '지출'과 관련해서는 지역 시민의 소비를 지역 안에서 흡수하고 있는지 또 지역 밖의 투자를 유치해내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낼 수 있게 된다.

인천 기업들에 의해 생산된 부가가치가 인천 노동자들과 기업들의 소득으로 분배되면서 인천 안에서의 소비와 투자의 형태로 지출되어 다시 인천 기업으로 환류되는 '지역순환경제'. 그것은 지자체 지역경제 정책의 '방법론적 혁신'에 의해서만 담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