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곤 인천 옹진군의회 의원

일본 오사카 마이시마(舞洲) 소각장은 얼핏 보기에 잘 꾸며진 놀이시설로 보이지만 실은 쓰레기 소각장이다. 2001년 가동을 시작한 마이시마 소각장은 오스트리아의 유명 건축가 훈데르트바서가 자연 환경과의 공생을 모토로 디자인한 친환경 소각장이다.

외관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소각장 내부로 들어가면 모형 쓰레기를 크레인으로 수집해 파쇄기, 선별기를 거치는 공정을 형상화한 놀이를 비롯해 즐거운 체험시설이 풍부해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사우스 코스트 보타닉 가든(South Coast Botanic Garden)의 경우 광산이었던 지역을 쓰레기 매립지로 쓰다가 나중에 식물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사우스 코스트 보타닉 가든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분위기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꽃숲이다. 산책자들의 동선을 고려해 잘 조성된 산책길과 어린이 정원, 허브 정원, 영국 장미 정원, 감각 정원 등 다채로운 정원이 사람들을 반겨준다. 호수 위엔 오리, 거위, 왜가리 등 다양한 동물들이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곤 한다.

소각장은 폐기물을 소각할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 때문에 주민들이 매우 기피하는 시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본을 비롯한 선진 외국의 경우 엄격한 환경 기준을 준수하고 친환경 시설로 꾸미며 주민과 시민사회를 설득하는 경우가 많다. 마이시마 소각장이나 사우스 코스트 보타닉 가든이 바로 그렇게 조성된 곳이라고 하겠다.

인천시가 영흥도에 친환경 에코랜드(쓰레기 매립지)를 조성하겠다는 기본계획을 발표한 이후 장정민 옹진군수가 단식을 하고 있고, 옹진군의회 의원들도 상당한 문제의식을 갖고 지금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흥도엔 이미 화력발전소가 있어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설상가상 쓰레기 매립지까지 들어온다고 하니 공황 상태에 빠져 버린 것이다. 인천시내 전체 쓰레기 배출량의 1% 미만을 차지하는 옹진군이 인천시 전체의 쓰레기를 감당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 묻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인천시는 애코랜드 조성 계획에 앞서 몇 가지의 실천을 먼저 해야 할 것으로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립지가 왜 필요한 것인지, 그것이 왜 영흥도에 들어와야 하는 지를 설득해야 한다.

사실 종량제 봉투에 담겨 버려지는 쓰레기 가운데 30∼40%는 충분히 재활용할 수 있는 품목으로 알려져 있다. 매립지 확충이 불가피하지만 쓰레기 양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전국민 교육을 통해 쓰레기 분리수거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하고 엄격한 법령을 적용해 유해물질의 배출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가정 내 생활폐기물과 사업장폐기물의 감축, 재활용 확대가 선행된 이후 소각시설과 매립지 확충 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지어야 한다면 환경기초시설을 충분히 확보한 뒤, 조성 초기부터 지역주민들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매립지가 들어서는 지역의 경우 주민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복지시설과 편의를 당국은 제공해야 한다. 주민 건강은 물론 매립지 가동 이후에도 주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다각화는 한편 주민들을 설득하고 납득시키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