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위원

인천 뭍에서 서북쪽으로 191.4㎞ 떨어진 백령도(白翎島)는 우리나라 최북단 섬이다. 북한의 장산곶 남쪽 휴전선 바로 아래에 위치한다. 백령도와 불과 16㎞ 떨어진 장산곶은 육안으로도 보인다. 이렇게 북한과 인접해서일까. 2010년 3월 백령도 해역에서 천안함이 침몰해 국민들에게 커다란 슬픔을 안겨주기도 했다. 지금도 남북대치 상황은 계속돼 안타까울 뿐이다. 흰 따오기 모습을 닮았다는 백령도는 그 이름처럼 평화롭게 날아오를 날만 기다린다.

쾌속여객선이 취항하기 전인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백령도를 가려면 인천에서 12시간이나 걸렸다. 험한 뱃길로도 유명한 백령도는 오로지 바닷길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안개나 풍랑 등이 심해 뱃길이 끊기면, '유배지'와 다름없다. 다른 섬처럼 날씨가 급변해 나빠지면, 여객선을 띄울 수 없어 옴짝달싹 못한다. 그렇게 드나들기 어려워 살기 힘들었지만, 오늘날엔 대여섯 시간 걸리는 쾌속여객선 취항으로 이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 쾌속선이 정박하는 용기포 여객선터미널은 갖가지 사연을 안고 오가는 이들로 붐빈다. 자녀를 육지로 내보내는 부모, 휴가를 떠나거나 복귀하는 군인, 복무 중인 장병 면회를 오는 부모와 친지, 여행을 왔다가 가는 사람 등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다.

백령도 주민 중 60% 이상은 농업에 종사한다. 인천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령도 메밀냉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곡창지대인 백령도에선 쌀 농사를 주로 짓는다. 농번기 때는 군인들이 일손돕기에 나서기도 한다. 어업을 생계로 잇는 이들은 어로제한구역 탓에 활동에 여러 제약을 받는다. 분단 전까지만 해도 백령도 해역에선 물고기가 다양하게 잡혔다. 특히 고가의 홍어를 많이 잡아 큰 소득을 올렸다. 분단 후엔 거의 잡지 못하다가 요즘은 제한이 좀 풀리면서 홍어 어획고를 높인다고 한다.

백령도엔 청정해역만큼이나 유명한 관광지가 널렸다. 비행기가 뜨고 내릴 정도로 모래가 단단해 천연비행장 구실을 하는 사곶해변(천연기념물 제391호), 형형색색 자갈돌이 파도에 따라 소리를 내는 콩돌해안(천연기념물 제392호), 오랜 세월 파도와 함께 비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두무진(명승 제8호) 등 관광객을 부르는 곳이 많다. 이런 관광지 외에도 백령도 바다는 해양보호생물인 점박이물범의 주요 서식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여름 무렵엔 200∼300마리가 관찰된다. 점박이물범은 생태환경 변화에 따른 먹이원 감소와 지구 온난화 등으로 멸종위기에 직면한 동물이다.

얼마 전 남동구 YWCA에서 '점박이물범 보호를 위한 생태관광 전망 워크숍'이 열렸다. 참석한 패널들은 인천지역 생태계 서비스를 활성화하려면, 먼저 점박이물범·갯벌 등 생물종과 생태적 공간 보존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맞다. 인천은 해양생태 자산이 수두룩한 곳이다. 그래서 생태계로부터 혜택을 받는 시민들이 나서 자연유산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보전하려면, 그 실천만이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