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논설위원

장정민 옹진군수는 영흥도에의 매립지 조성계획에 반발해 지난 1∼7일 인천시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다. 한겨울에 접어든데다 코로나가 재유행하는 와중에 단식을 하는 심정은 이해되지만, 분위기가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당장 박남춘 인천시장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췄다.

그는 민주당원들에게 “단식이라는 극한적 방식은 안된다는 당정의 만류도 물리친 결정이 너무 안타깝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적절치 않은 행위라는 지적이 일었지만, 천신만고 끝에 매립지 입지를 정했는데 같은 민주당 소속인 장 군수가 단식으로 맞서니 당황스런 마음에 그랬을 것이다. 단식농성은 그래서 어렵다. 어떤 시대 상황에서나 첨예한 사안이라 평가는 훗날의 몫이다.

역사상 유명한 단식농성은 김영삼 사건이다. 그는 상도동 집에 연금된 상태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며 1983년 5월18일부터 23일 동안 단식했다. 건강이 악화되자 정권에 의해 강제 입원되었으나 의료행위를 거부하고 단식을 이어갔다. 전두환 대통령이 사람을 3차례나 보내 단식 중단을 요구했으나 거절했다. 목숨을 건 단식으로 김영삼 가택연금이 해제되었고, 민주화운동은 숨통을 트게 된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은 효과 면에서 대비된다. 그는 공수처법 폐기를 촉구하며 2019년 11월20일부터 8일 동안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다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당시 정국상황을 고려할 때 생뚱맞은 단식이라는 평가가 나왔고, 한국당 내에서조차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나경원 전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말 출간된 회고록에서 “공수처 문제를 놓고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물밑협상을 벌이던 중 황 대표의 단식투쟁으로 물거품이 됐다”고 밝혔다.

단식의 대가는 따로 있다. 지율 스님(여)이다. 그는 KTX 경부선 천성산(경남 양산) 터널공사가 추진되자 “터널이 뚫리면 산에 도롱뇽이 살지 못하는 등 생태계가 파괴된다”며 2003∼2005년 4차례에 걸쳐 220일 동안 단식농성을 벌였다. 이는 “지율 스님을 살리고 천성산 도롱뇽도 살려야 한다”는 국민적 운동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스님을 찾아 “단식을 중단해 달라”고 읍소했지만 소용없었고, 공사는 1년 가까이 중단됐다.

스님의 진정성은 누구도 의심치 않았지만 결과가 조금 허탈했다. 도롱뇽이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과는 달리 터널 완공 뒤 도롱뇽은 물웅덩이마다 가득했다. 스님은 “올 봄 천성산엔 도룡뇽 천지였다”는 제목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려 사과했다.

단식농성의 명분이나 절묘한 타이밍을 찾기란 굶는 것 만큼이나 쉽지 않다. 수많은 단식농성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경우가 드문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