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실장

지난 주 스카이72 골프클럽이 소비자중심경영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공정거래위원장상을 받았다고 한다. 연말이면 쏟아지는 민간단체들의 상들에 비할 바가 아니니 인천의 자랑이라 하겠다. 영종도의 활주로 예정부지에 2005년 문을 연 이 골프장은 대한민국 단일 최대 규모다. 반바지 라운딩, 홀별 정산제 등으로 권위적 골프장 문화를 많이 바꿨다는 평을 받아왔다. 특히 여성 골퍼들에게는 '속옷만 가져가면 되는 골프장'으로 불린다고 한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메이크업, 머리 손질 등에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해 놓아서라고 한다. 그런데 올해는 이용요금을 대폭 올려받고서도 '고객 만족'상이라니 이 또한 아이러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골프는 사양산업이라고들 했다. 우선 새로운 소비층이 유입되지 않아서였다. 게임이 우선인 20대는 차치하고, 3040 세대도 별무관심이었다. 네사람이 정해진 시간•장소에 나와야 하는데 그들 세대는 그게 어렵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개인화 된 탓으로 온라인상에서만 모일 수 있어서다. 5∼6년 전만 해도 일주일에 하나 꼴로 골프장들이 부도가 나곤 했다. 그러나 올들어 한순간에 역전됐다. 코로나19로 '집콕' 신세가 된 사람들이 골프장을 찾아 나섰다. 조기축구나 사회인야구처럼 숨을 몰아쉬며 부딪힐 일도 없다. 2030세대까지 '코로나 시대의 작은 사치'라며 골프장으로 몰려나왔다. 젊은 여성들은 골프장 인증샷에 서로 이끌려 나온다고들 한다. 사양산업은 옛말이고 이제는 골프장 앞 해장국집까지 단대목을 누린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골프에 대한 논란이 많은 곳도 없을 것이다. 그간 '골프 금지령'까지 심심찮게 나왔다. 우선 부유층이나 하는 운동 아니냐는 것이다. 골프와 낚시를 다 하는 사람도 있다. 그는 무의도 갯바위 낚시는 '퍼블릭 출조', 충남 태안 배낚시는 '멤버십 출조'라며 골프에 빗대 부른다. 골프나 낚시나 그 돈이 그 돈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3·1절에 골프를 하면 나쁜 사람이고 낚시를 하면 괜찮은 것은 뭐냐는 항변이다.

▶골프가 나쁜 게 아니라 접대골프가 문제임은 다 안다. 힘있는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골프접대를 매개로 끼리끼리의 어두운 거래를 할 수가 있어서다. 골프를 밝은 양지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일본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 일본은 90년대 초 기업들의 골프 비용을 영업경비로 인정해 주지 않는 세법을 마련했다. 골프장 법인회원권도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봐 세금을 중과했다. “제 좋아서 하는 골프 비용에 국가가 왜 세금을 감면해 줘야 하느냐”는 이유였다. 이 후 접대골프 관행도, 골프장 거품도 쑥 빠지면서 대중 스포츠로 바뀌었다고 한다. 골프장들은 기겁을 하겠지만, 우리도 주머니 돈이 아닌 회사 돈으로 하는 운동에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것은 이제 아닌 것 같다. 가뜩이나 세금도 부족한 나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