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나무, 인생사진전' 리뷰

지뢰피해자 9인 치열한 삶의 흔적 적나라하게 공개
무뚝뚝한 아저씨·소탈한 아줌마 모습과 대조적
지금도 일어날 수 있는 폭발 피해의 심각성 보여줘
▲ '인생나무 인생사진전'에 참여한 지뢰 피해자 9인이 전시장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

'어느 날 너무나 컸던 소음과 너무나 강했던 충격/돌이킬 수 없이 사라진 나의 일부/… 좌절했지만, 좌절할 수 만은 없었기에/나무가 새로운 가지를 치듯이/나의 인생은 계속 되어 왔습니다.' <인생나무, 인생사진展 프롤로그 中에서>

2884명. 현재까지 발견된 지뢰 폭발에 의한 피해자 수. 100만개. 현재까지 전국에 묻혀있는 지뢰 폭발물의 추정 개수다.

6·25전쟁 70주년이 됐지만 우리는 여전히 전쟁이 남겨 놓은 상흔들과 마주하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팔이 없는 이는 냇가에서', '발이 없는 이는 동네 야산에서'…. 그렇게 예견할 수 없던 지뢰 폭발물의 피해자가 됐고 이들의 아픔은 온몸 구석구석 장애라는 이름으로 남겨졌다. 지뢰 피해자들은 전쟁의 비극과 망가져 버린 인생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연천 폐벽돌공장(DMZ피스 브릭하우스)에서 다큐멘터리 여정, '인생나무, 인생사진展'이 열렸다. '인생나무, 인생사진展'은 경기문화재단의 경기북부 DMZ 에코뮤지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사)평화나눔회가 주관하고 김문정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가 촬영에 나서 지뢰 피해자 9인의 치열했던 삶의 흔적들을 조명했다.

권금자·김석영·김영식·김정호·김종수·서정호·이근섭·이영식·진옥자 등 지뢰 피해자 9인은 세상에 용기를 내기 위해 작가가 되길 자처하며 카메라 앞에 선 채 스스로 셔터를 누르도록 했다. 김 교수가 작업한 이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김 교수의 작업 사진과 이들 스스로 셔터를 눌러 완성해 낸 셀프포트레이트를 컬러와 흑백 사진으로 병치시켜 반전을 이룬 현재의 모습과 과거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셀프포트레이트 속 9인의 작가들은 지극히 평범해 보인다. 무뚝뚝한 아저씨, 소탈한 아줌마, 우리네 삶 속, 흔한 소시민들의 모습으로 비친다. 반면, 김 교수의 사진 작업 속을 들여다본 순간 눈을 의심케 한다. 잔인할 정도로 짓이겨진 복부, 손이 잘려나간 팔, 의족 없인 지탱하고 서 있기조차 버거운 다리…. 장내를 압도하는 사진들은 지뢰 피해의 심각성을 느끼도록 만든다. 지뢰 폭발은 비단 과거의 일로 치부해버릴 수 없는 현재에도 우리 가까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기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온다. 이들의 위협적인 사진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사)평화나눔회 조재국 상임이사는 “사진이란 100년이고 200년이고 세월이 흘러도 기록으로 남겨지는 것이기에 전 세계적으로 피해 사실을 알리고 후대에 이같은 피해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사진전을 주최하게 됐다”며 “이번 사진전에서는 지뢰 피해자들이 상처를 사진으로 촬영하게 되면서 스스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고 전했다.

전시에 참여한 지뢰 피해자 진옥자 씨는 “처음 사진 제의가 왔을 때는 여러 번 거절했었지만 이제 와서 못할 게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게 됐다”며 “66년도에 길을 지나다 폭발물 피해를 입었고, 남동생을 잃었고 어머니가 다쳤으며, 아들마저도 유실된 불발탄에 의해 폭발물 피해자가 됐다”고 말했다.

진 씨는 “유엔 가입국인 대한민국이 전 세계 전쟁피해자를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세계 대인지뢰회의 때 한국의 대인지뢰 희생자가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지뢰 피해자들의 존재와 사실을 알려야 겠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