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시•도에 자치경찰제도를 도입하는 경찰법 전부개정안이 지난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오랜기간 동안 논의되었던 자치경찰제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해당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9일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여•야가 합의한 사안인 만큼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자치경찰제는 내년 1월부터 시범실시를 거쳐 7월쯤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자치경찰제는 경찰권력의 분산과 균형을 도모하고, 각 지역 특성과 치안환경에 따른 탄력적인 정책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치안 관련 업무를 경찰이 떠맡아 치안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자치경찰의 업무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과 연계된다. 자치경찰 업무는 방범순찰 등의 주민생활안전 사무, 교통법규 위반단속 등의 교통활동 사무, 다중운집행사의 안전관리 사무, 학교폭력 및 아동•여성 관련 범죄, 실종아동 수색 등으로 너무 광범위하다.

현재 지역경찰 인력으로는 소화할 수 없는 여건이어서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역설이 나온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조직이 이원화되지 않고 사무만 나뉘어 업무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존에 논의되던 국가경찰•자치경찰 조직을 나누는 '이원화' 모델은 폐기됐다.

자치경찰이 지방권력에 예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자치경찰은 시장•도지사 소속이되 독립된 행정기관인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운영 주체다.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7명의 위원으로 꾸려지는데,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시장•도지사가 임명한다. 사실상 자치단체장이 장악할 수 있는 구조여서 시장•도지사가 지방경찰청장을 겸임한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시각도 있다.

자치경찰이 치안 전문가라기보다는 정치인이자 행정가인 시장•도지사가 관심을 두는 업무에 비중을 둘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경찰 일각에서는 내년 1월1일이 '경찰 노예의 날'이 될 것이라는 말이 대두되고 있다. 자치경찰제 준비 및 시범실시 기간에 이러한 점들이 집중 검증돼 시정•보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