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잘 붙고 유독가스 배출
유증기, 화기 만나면 폭발
비상구 유도등 녹은 탓도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중 화재가 발생해 4명이 숨지는 등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군포시 산본동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2일 오전 경찰과 국과수,소방당국 등이 합동 감식(오른쪽)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 피해 유족이 사고 현장에서 오열하고 있다.(오른쪽)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중 화재가 발생해 4명이 숨지는 등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군포시 산본동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2일 오전 경찰과 국과수,소방당국 등이 합동 감식(오른쪽)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 피해 유족이 사고 현장에서 오열하고 있다.(오른쪽)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군포 아파트 화재사고'가 4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치는 큰 피해를 낳은 원인은 순식간에 불을 키우고 유독가스를 배출한 우레탄폼 등 가연성 물질이 지목되고 있다. 탈출을 도울 비상구 유도등의 소실도 피해가 커진 안타까운 배경이다.

2일 군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경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5개 관계기관은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했다.

감식 결과 지난 1일 오후 4시37분쯤 일어난 불은 아파트 12층 집 거실에 있는 전기난로에서 발화했다. 당시 오전 8시30분부터 인부 5명은 새시 교체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작업 특성상 창틀을 제거해야 하기에 전기난로를 가져갔다. 이것이 화를 불렀다. 전기난로에서 발생한 불이 근처 폴리우레탄폼, 시너 등 가연성 물질로 불이 확산했을 가능성이 크다.

단열재로 쓰이는 우레탄폼은 가격이 저렴하고 단열 효과가 높지만, 불이 쉽게 붙고 유독가스를 대량 배출한다.

또 작업 중 유증기가 발생, 밀폐된 공간에서 화기와 유증기가 만나면 폭발하기도 한다.

이에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 같은 물질을 현장에서 다수 발견하고,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목격자들도 전기난로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집 안 전체로 퍼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 역시 당시 폭발음이 최소 3번 이상 들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같은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김모(63·여)씨는 “폭발음이 연달아 들려 바깥을 봤더니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놀라서 정신없이 바깥으로 뛰쳐나갔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인부 5명 중 3명은 다행히 대피했지만, 한국인 박모(31)씨와 태국인 B(38)씨는 베란다에서 추락하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웃 주민 3명은 옥상으로 대피하던 중 연기에 질식하면서 C(35·여)씨와 D(51·여)씨가 사망했고, 1명은 위중한 상태다. 이들은 사고 현장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자 놀라 옥상으로 대피하려 했다.

하지만 화재로 비상구 유도등이 녹아내린 상태였고, 연기로 앞이 보이지 않자 비상구를 지나쳐 권상기실(엘리베이터의 도르래 등 부속 기계가 있는 공간)로 향하다 봉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구는 자동개폐장치로 화재를 감지하면서 열려 있었지만, 권상기실은 잠겨있었다. 현장에서 소방관들은 “비상구는 16층에 총 2개로 모두 열려 있던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공사 업체의 관리 감독 문제와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수사하고 있다.

/전남식·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