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학교총량제' 부인하지만
중투심 '적정 규모화' 조건 내세워
작은학교 '희생양' 삼아 학교 신설
'사회정책 성격' 교육정책임에도
학생 수만으로 판단해 갈등 야기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글귀는 '학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작은학교는 큰 학교 하나를 만드는 데 희생양으로 쓰인다. '학교총량제'라는 불합리한 제도 탓이다.

 

#통폐합 위협서 자유롭지 못한 도심 속 작은학교

학교총량제란 신도시 등에서 학교를 새로 지으려고 할 때 다른 학교를 폐교하거나 또는 이전해서 신설 학교와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지역 내 일정 규모 학교 총량을 유지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2019년 9월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부는 학교총량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과거에도 학교총량제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학교 설치, 이전 및 폐지에 관한 사항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20조에 따른 교육감 소관 사무”라고 밝혔다.

하지만 초·중·고교를 신설하려면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학교 신설에는 '적정학교 규모화', 즉 학교 통폐합과 같은 조건이 따라 붙는다. 학교 하나를 만들려면 하나를 없애라는 논리다.

올 3월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문을 연 아암초등학교는 '2개 학교 적정 규모화'(통폐합·분교 격하 등)라는 조건부를 주춧돌로 탄생한 학교다. 2017년에는 서구 청라국제도시와 남동구 서창신도시 학교 신설 조건부로 원도심 학교 서구 봉화초, 미추홀구 용정초 이전 재배치 문제가 검토돼 지역 간 갈등을 낳기도 했다.

학교 통폐합 기준은 교육부가 2015~16년 마련했다. 교육부가 2016년 발표한 '적정규모 학교 육성 강화 및 폐교 활용 활성화 방안'을 보면 도시지역 초등학교 적정 규모 학생 수는 240명, 다시 말해 240명 이하는 통폐합 대상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인천은 섬을 제외한 초등학교 230곳 중 14개 학교가 통폐합 대상에 들어간다. 14개 학교 중 중구 영종국제도시 안에 있는 운서초등학교를 뺀 모두 학교들이 원도심에 자리 잡고 있다. 이 학교들 전체 학생 수는 10년 전과 비교해 대부분 절반 이상 줄었다. 도심 속 작은학교가 된 것이다.

 

 #지역 불균형에 기생하는 학교총량제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도심 허리층, 학령기 자녀를 둘 가능성이 높은 30~40대가 그 지역에서 차지하는 인구 비율이 10년 전보다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도심 속 작은 학교가 된 14개교 외에도 현재 10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이 200명 선으로 떨어졌다. 이들 10개교는 10년 전만해도 전교생이 적게는 300명에, 많게는 800명대에 달했던 곳이다. 특히 부평구 산곡초는 올해 전교생이 248명, 남동구 만수초는 251명으로 나타나 내년이면 전교생 240명 이하 작은학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원도심과 신도심의 균형 발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도심 속 작은학교의 폐교 위협은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원·신도심 지역 간 불균형은 학교총량제의 촉매와 같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 위원들이 누구냐에 따라 흐름이 달라지는데 2018년 이전까지는 시도교육청 의지와 관계 없이 통폐합을 조건으로 학교 신설 승인이 종종 이뤄졌는데 2019년 이후부터는 정말 특별한 경우 아니고는 통폐합 조건부는 잘 안 붙고 있다”며 “폐교를 하든 분교 격하를 하든 학교 이전 재배치를 하든 쉽지 않는 문제다. 해당 학교 교직원과 동문, 지역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엄기형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2017년 국회에서 열린 '학교총량제, 학교 신설 및 통폐합 문제 개선방안 마련 정책토론회'에서 “학교총량제는 교육부에서 공식적으로 이 정책 명칭을 사용한 적은 없지만 시·도교육청과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총량제가 현재 시행되고 있다고 인식, 판단하고 있다”며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은 학교와 지역사회 연계성이 높아서 지역 발전과 쇠퇴의 맥락과 초점에서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정책이므로 '학교정책 성격'의 교육정책이 아니라 '사회정책 성격'의 교육정책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주영·김원진·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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