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어린이 치사상에 대한 가중처벌을 담은 이른바 민식이법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3월부터 이 법이 시행되면서 어린이 보호구역이나 스쿨존을 지날 때면 누구나 서행을 유지하며 조심조심한다. 그러나 노인이나 장애인 등 또 다른 교통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업들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경기도내 31개 시•군의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병설유치원 제외)은 모두 2879곳이다. 반면 이들 시•군이 지정한 노인보호구역(실버존)은 303곳에 그친다. 특히 장애인 보호구역은 33곳 뿐이다. 이마저도 안양•의정부•파주•구리시 등 13개 시•군엔 아예 한 곳도 없다. 보호구역 지정 외에도 노인이나 장애인 교통 안전을 위한 안전 시설물과 개선 사업 예산도 어린이 보호구역에 비해 턱없이 적다. 노인이나 장애인 보호구역은 현행 도로교통법상 시장•군수가 지정•관리한다. 다시 말해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확대 설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도내 65세 이상 노인은 도내 전체 인구의 12.3%를 차지하는 163만여명에 이른다. 또 장애인 인구도 54만7000명에 이른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도내에서는 노인 2363명이 보행 도중 교통 사고를 당했다. 이 중 116명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 3년간을 보면 경기도 노인 6615명이 다치고 401명이 숨지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가운데엔 장애인도 포함돼 있다. 같은 기간 경기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어린이 사상자는 346(사망 4명)이었다. 그런데도 일선 지자체의 노인•장애인 보호구역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교통 약자 보호를 위한 사업비도 편차가 너무 크다. 수원•고양시 등 경기도내 25개 지자체들이 올해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에 사용한 예산은 110억8000만원이다. 그러나 양주•과천시 등 13개 지역의 노인보호구역 사업비는 12억원에 불과했다.

그래서 “노인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면 그 누구도 나서서 법을 만들자고도 하지 않는다. 노인 안전은 늘 뒷전”이라는 볼멘 소리가 터져나온다고 한다. 장애인 교통 보호에 대한 의식은 더욱 낮은 게 현실이다. 교통 약자 보호도 어느 한편에 너무 치우치다가는 뒤늦은 후회를 낳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