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위원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는 '한글'이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한국의 '아리랑', 세계에서 가장 맛·영양가 있는 음식은 한국의 '비빔밥'으로 판정됐다. 세계문자학회가 밝힌 경합 결과다. 지난 10월1일부터 4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2회 세계문자 올림픽에서 훈민정음(訓民正音·한글)이 1위에 올랐다. 2009년 대회에 이어 또 다시 금메달을 획득해 그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대회엔 우리나라를 포함해 영어·러시아·독일·인도·베트남 등 27개국 문자가 참여했다.

대회에선 참여국 학자들이 30여분씩 자국(自國) 고유문자의 우수성을 발표했다. 심사기준은 문자의 기원(紀元), 문자의 구조와 유형, 글자의 수, 글자의 결합능력, 문자의 독립성·독자성, 문자의 실용성, 문자의 응용 개발성 등이다. 그러니까 가장 쓰기 쉽고, 배우기 쉽고, 풍부하고 다양한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자를 찾아내려는 취지다. 이 자리에서 1위는 한국의 소리 문자, 2위는 인도의 텔루구 문자, 3위는 영어 알파벳이 차지했다. 한글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문자로선 물론 그 속에 담긴 정신과 철학 때문이다. 애민·자주·실용정신이 깃들어 있어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란 얘기다.

여기에 음악과 음식 등이 추가로 경쟁을 벌여 '한국의 멋과 맛'이 당당히 세계 최고에 올랐다. 바야흐로 '한국문화'가 세계의 중심으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한글뿐만 아니라 K-Pop의 BTS와 싸이 등 '한류'는 이미 각국에 파고들어 세계인들에게 인기를 끈다. 우리 문화의 지평과 독창성 등을 널리 펼쳐 우리 국격을 높인다.

같은 맥락에서 인천시가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관심을 모은다. 우선 강화 출신 송암 박두성(1988~1963) 선생이 창제한 한글 점자 '훈맹정음(訓盲正音)'이 송도 국립세계문자박물관(2022년 하반기 개관)에 상설 전시돼 세계인에게 알려진다. 이 전시관엔 훈맹정음 제작 업무 일지, 점자 창제 원리·사용법, 점자 타자기 등 유물 8건 48점이 소개된다. 인천이 유치한 세계문자박물관에서 인천의 대표 문화 콘텐츠 중 하나인 훈맹정음을 세계인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세계문자박물관은 전 세계 문자자료와 유물을 수집·전시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시각장애인들의 '세종대왕'으로 불리는 송암은 강화군 교동도 태생이다. 한글체계에 맞춘 점자 훈맹정음을 창안해 시각장애인들의 앞길을 밝혀주며 평생을 불행한 이들을 위해 살았다. 1926년 훈맹정음을 반포한 이후 한글 점자 보급에 갖은 노력을 기울인 송암이 출판한 한글 점자책만 200종이 넘는다. 인천은 송암의 업적 이외에도 팔만대장경 조판, 외규장각 설치 등 '문자 문화'의 역사를 갖고 있는 도시다. 이런 자산들을 잘 살려 한글처럼 세계인에게 사랑을 받는 곳으로 각인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