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경기 동부취재본부 차장

“정당한 분노가 우리의 도덕률이 될 때가 있다.” '정당한 분노'의 저자 조병준 작가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기자는 얼마 전 취재원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기자님 감사합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습니다.” 환경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청구한 김기준 남양주시 조안면 주민통합협의회장이 보낸 메시지다.

얼마 뒤 헌법재판소는 조안면 주민들이 청구한 헌법소원의 본안 회부를 결정했다. 순간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정당한 분노'가 '개혁에 대한 열망'으로 옮겨져 가는구나!

조안면 주민들은 45년 넘게 팔당상수원 보호규제라는 올가미에 걸려 고통받고 있다. 정부는 1975년 7월9일 2500만 수도권 주민들에게 깨끗한 식수를 공급한다는 이유로 한강 상류인 북한강과 접한 남양주, 광주, 양평, 하남 등 4개 시•군 158.8㎢를 팔당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주민들의 고통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조안면에는 마라도에도 있는 그 흔한 짜장면집 하나 없다. 약국이나 병원을 가려면 원거리 건넛마을로 가야 하고, 마트나 미용실을 이용할 수도 없다.

어업은 커녕 딸기 등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주스나 아이스크림으로 만들어 판매도 하지 못한다. 생계를 위해 칼국수나 커피를 팔면 합동단속 과정에서 전과자로 전락한다. 그래서 조안면 주민 4명 중 1명은 전과자 신세다.

팔당상수원보호구역에서는 재산권 행사는 물론 생계유지를 위한 행위들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들은 분노했다. 10월25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언론에 불합리함을 알렸다.

'상수원관리규칙'과 모법인 '수도법'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 등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헌법소원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정당한 분노에 반응했다. 주민들의 심판 청구가 일리 있다고 판단해 청구인들의 주장을 전원재판부에서 본격적으로 심리하기로 한 것이다. 조안면 주민들의 분노에서 '분노'라는 단어 앞에 '정당한'이란 수식어를 붙이고자 했던 저자의 의도가 오버랩된다.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기대해 본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분노하기를, 정당한 분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