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고사장 없어 해마다 상륙
시교육청·옹진군 숙식 등 지원
올핸 코로나 우려 호텔 1인1실
스탠드 비치·맞춤형 식단 배려
학생 “감염 걱정 덜어” 만족감
▲ 30일 인천 중구 하버파크호텔에서 덕적고등학교 정택준 학생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제공받아 수능 준비에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30일 오전 11시 인천 중구 하버파크호텔에서 옹진군 소재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수능 준비에 구슬땀을 흘렸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1인 1실을 배정받은 학생들은 각자 방에서 공부에 집중하고 있었다. 인솔 교사들은 아이들이 외부와 접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호텔 복도에서 조용히 서성거렸다.

덕적고 정택준(19)군은 철저한 감염 예방을 위해 혼자 있는 방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며 국어책을 보고 있었다. 정군은 “아직 덕적도에는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없다 보니 더 조심하게 된다”며 “안전하게 수능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섬 지역 수험생들이 수능을 치르기 위해 올해도 어김없이 육지 나들이에 나섰다. 섬 지역엔 수능 고사장이 없어서다.

과거엔 섬 지역 아이들이 머물 곳이 마땅치 않아 친척 집이나 숙박업소에 며칠을 지내야 했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인천시교육청과 옹진군이 도서지역 수험생 지원 대책을 마련하면서 수험생들은 숙식과 교통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올해는 백령·연평·덕적도 등 섬에서 수험생 40명이 육지로 나왔다. 이 중 32명은 인천관광공사와 시교육청, 옹진군 등의 도움을 받아 하버파크호텔에서 머물고 나머지 8명은 친인척 집에서 수능 준비를 한다. 지난해 학생들은 시 청소년수련관에서 머물며 수능을 대비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해 호텔에 입소하게 됐다.

수험생들은 공부 환경이 달라지는 등 불편함이 있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호텔 측에서도 수험생을 위해 객실마다 눈이 편한 주광색 스탠드 비치와 맞춤형 식단 등을 제공하고 있다.

백령고 김지현(19)양은 “호텔 분들의 배려로 식사 공간이 외부인들과 분리돼 감염 걱정을 덜게 됐다”며 “여긴 와이파이도 잘 잡혀서 원격 수업에도 지장이 없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조덕인 덕적고 교사는 “올해는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을 줄여야 해 걱정이 됐는데 호텔에 1인 1실로 묵게 돼 학생들을 안전하게 보살필 수 있게 됐다”며 “수능 전날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