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숙원의 하나인 검경수사권 조정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 수사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높일 발판이 마련됐다. 나아가 대공수사권의 이관, 자치경찰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75년을 이어온 경찰조직 운영체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그만큼 경찰의 어깨가 무거워진다. 그러나 경찰은 무거워진 책임감에 비춰 고질적인 '인사' 폐단을 수십 년간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달 말에 있을 총경 이상 고위직 승진심사다. 14만 경찰 구성원 모두가 인정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 폐단을 훌훌 털어내고, 새해를 경찰의 위상을 정립하는 원년으로 맞이해야 한다. 합리적인 인사 개혁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각 지방청에 매년 한 자리씩 안배하는 것이다. 본청을 포함한 전국 지방청은 모두 18개다. 매년 20명 이상의 경무관이 배출되는 것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방안이다. 본청과 서울청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심산으로 서울과 각 지방청 규모 등의 이유를 댄다면,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경무관 승진 비율이 단적인 예다. 모두 22명 중 본청 9명, 서울청 5명 등 절반 넘는 14명을 본청과 서울청이 과반을 독식했다. 남은 8명은 경기남부, 부산, 대구 등 8개 지방청에 인심 쓰듯 고루 나눴다. 수십 년간 이런 독식 비율은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청보다 치안 수요가 큰 경기남부청만을 비교하더라도 지난해 경무관 승진은 5대 1이었다. 2016년 이후 최근 5년 경무관 승진자 306명 중 본청 47.1%, 서울청 32.9%로 전체의 78%를 차지했다. 총경 승진은 역시 본청이 20.8% 서울청이 31.5%로 전체의 52.3%를 차지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개청 21년 동안 단 한 명의 경무관도 배출하지 못했다. 제주청도 없었다. 이쯤 되면 매년 반복하는 '지역 홀대론'을 괜한 투정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인사 때만 되면 본청과 서울청을 제외한 전국 경찰관들이 부글부글 끓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21일 75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곧 출범할 국가수사본부의 완결성을 높인다면 국민은 경찰의 수사역량을 더욱 신뢰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국민 신뢰는 14만 경찰 구성원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