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구부터 철골 구조물 드러나
건물 노후 심각해 붕괴위험 노출
고도제한 탓 재건축 수차례 무산
중구의원 “규제 완화 시급” 지적
▲ 월미맨션 주민 한인덕씨가 노후한 천장을 가리키고 있다.

“천장이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몰라 불안하지만 갈 곳이 없어 떠나지 못하고 있어요.”

26일 인천 중구 월미도 내 월미로 226번길에 위치한 월미맨션. A·B동으로 마주 보고 서 있는 2층 규모의 맨션 건물 외벽은 겉보기에도 심하게 노후한 상태였다. B동 입구로 들어서자 천장이 무너져 내려 콘크리트와 철 등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2층의 한 집은 천장 벽지가 다 뜯어져 벽돌이 보일 정도로 위태로웠다. 맞은편 집 대문에는 경찰서에서 붙인 '건물주 및 관계자 이외에는 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의 경고문이 눈에 띄었다. 복도 계단에는 천장에서 떨어진 돌 등의 잔해물이 쌓여 있었다.

올해로 지어진 지 41년 된 월미맨션은 28세대의 소규모 공동주택이다. 건물 노후 정도가 심해 보수와 재건축을 해야 하지만 지구단위계획에 묶여 있어 고도제한을 받는 월미도 특성 탓에 사업 타당성이 나오지 않아 재건축에 나설 시공사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곳에 40년째 살고 있는 한인덕(77)씨는 “문을 열고 나오다가 천장에서 다섯 번에 걸쳐 돌이 떨어지는 바람에 크게 다칠 뻔했다”며 “그동안 재건축에 관심을 보인 시공사들이 있었지만 10층 이상 건물을 올릴 수 없고 상가 분양률이 낮아 다들 포기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고층건물이 난립하면 월미산 등의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며 월미도 고도제한을 추진했다. 바다 위를 오가는 선박들을 위한 해상교통관제시스템인 월미도 레이더사이트 또한 고도제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상길 중구의원은 “수도권 대표 관광지인 월미도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과 지역 활성화를 위해 고도제한 완화가 시급하다”며 “선박 통신 방해가 일어나지 않는 선에서 인근 부지에 레이더사이트를 신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중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수차례 고도제한 완화 민원을 제기해 인천시에도 전달했지만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등 관계 기관과 해상교통관제시스템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라고 답했다.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