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기록물 제작 예산 5000만원 편성…구술 수집 통해 희생자 명예 회복키로
▲ 인천 중구 학생문화회관에 설치된 인현동 화재 추모비 모습. /인천일보DB
21년 만에 인현동 화재 참사의 기억을 복원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길이 열렸다. 유가족과 학생, 당시 구조대원 등의 증언을 모으는 책자와 영상이 내년 제작된다.

인천시는 내년 본예산에 '인현동 화재 기억사업' 예산 5000만원을 편성했다고 25일 밝혔다.

주민참여예산으로 반영된 사업비는 인현동 화재 참사 기록물 제작에 쓰인다. 유가족과 지인, 화재 현장에 있었던 당시 학생, 구조대원 등의 구술이 수집된다. '호프집 화재'라는 편견이 덧씌워지면서 '청소년 일탈'로 왜곡됐던 기억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다.

박재성 시 협치인권담당관은 “지난해 20주기를 계기로 유족회·추모위원회와 참사의 기억을 바로잡고 희생자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해왔다”며 “증언을 모은 책자와 영상을 제작해 아픔을 치유하고 안전 도시로 나아가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인현동 화재 참사 기록물은 서울문화재단이 기획해 2015년 펴낸 책 '1995년 서울, 삼풍'을 참고해 제작된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20년 만에 유가족과 생존자, 봉사자, 구조대 등 59명의 상처를 모은 기록집이다. 이 책에는 당사자들 인터뷰가 실렸고, 파편화된 기억의 조각들을 엮어 '사회적 기억'으로 되살렸다.

인현동 화재 이후 시가 아픔을 치유하는 데 예산을 편성하기까진 무려 20년이 넘게 걸렸다. 1999년 사망 57명 등 137명의 사상자를 낸 인현동 화재 유가족에게 시가 공식 사과한 것도 지난해 10월30일 20주기 추모제가 처음이었다. 추모제에 참석했던 당시 허종식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은 “사회와 언론이 희생자들을 억울하게 매도했다. 많이 늦었지만 인천시를 대표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추모위원회는 올 1월 당시 공공 문서와 수사 자료 등을 모아 기초 자료집 성격의 '공적 기록집'을 발간한 바 있다. 지난 9월22일에는 추모비가 있는 중구 인현동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 '기억의 싹'이라는 이름의 공적 기억 조형물이 제막되기도 했다. 인현동 화재 참사 추모 사업을 벌여온 장한섬 홍예문(門)문화연구소 대표는 “인현동의 아픔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기록물 제작이 공공의 기억을 미래세대와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