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천~승기천~송도앞바다 이어진
물길과 수변공간의 지속가능성 모색

민물과 바닷물 만나는 하구언 도시 간
네트워크 구성·정보교류 체계 구축

송도에 습지보호지역 지정해 놓고
관리 위해 무슨 일 했느냐 자기 반성
▲ 지난 23일 연안부두를 떠난 현대유람선 글로리아 호에서 인천하천 현안점검 토론회를 열고 있다.
▲ 지난 23일 연안부두를 떠난 현대유람선 글로리아 호에서 인천하천 현안점검 토론회를 열고 있다.

창조는커녕 모방조차 없다. 죄다 지배하려는 자들뿐이다. 과거에 갇혀 현재를 움켜쥐려고 눈이 벌겋다. 흐르는 게 강물이거늘 어제의 물에 오늘도 발을 담그려고 안달이다. 변화와 미래는 곧 저항의 대상이다. 같은 물에 발을 적시려면 물을 가두기 마련이다. 물은 썩고, 담근 발은 더럽혀지는 법이다. 인천 승기천과 장수천의 끄트머리 송도개펄이 그렇다.

지난 23일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과 인천녹색환경지원센터가 주최하고, 인천시가 후원하는 인천하천 현안점검 선상(船上) 워크숍을 열었다. 하천 업무 관계자와 전문가, 환경단체, 송도·시흥 주민 등 30여 명이 현대유람선 글로리아호(80t)를 타고 인천 앞바다 서남 연안을 둘러봤다.

연안부두를 출발해 인천대교~LNG인수기지~인천신항~송도11공구~송도습지보호구역~북측수로~소래포구까지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봤다.

이날의 화두는 장수천~승기천~송도 앞바다로 이어지는 물길과 수변공간의 지속가능성 모색이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하구언 도시 간의 네트워크 구성과 정보교류 활성화 체계를 구축하자는 의견이 토론회에서 나왔다.

인천시 송도국제도시 11공구와 경기도 시흥시 배곧경제자유구역을 잇는 배곧대교 건설도 토론회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습지보호구역 훼손이 따르는 배곧대교 건설을 놓고 광역협의체를 구성하고 습지보전과 개발원칙을 마련해 갈등관리를 하자는 제언이 나왔다.

최계운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 공동대표는 '먼저 자기반성부터 해 보자'고 말했다. 송도에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해 놓고 관리를 위해서 우리는 무슨 일을 했느냐는 자조적 물음이었다.

인천시는 2009년 12월31일 송도 6·8공구 2.5㎢와 11공구 3.61㎢ 등 6.11㎢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고시하고 관리권자는 연수구로 정했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2006년 송도 11공구(1천245만㎡) 매립을 시작하자. 환경단체가 습지보호지역을 정해 저어새 등 희귀·멸종위기 물새들의 서식·도래지를 보전해야 한다는 반발에서였다. 송도국제도시 조성사업 환경영향조사용역조사결과(2004년)에 송도1∼4공구에서 검은머리갈매기와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말똥가리, 황조롱이 등 7종의 법정 보호 물새가 발견됐다. 괭이갈매기와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등 34종의 새도 관찰됐다.

이때 시와 인천경제청은 2009년 11공구 매립지 안에 야생조류 대체서식지를 조성 약속도 내걸었다.

람사르협약사무국은 2014년 7월10일 송도 갯벌 6.11㎢를 람사르습지로 지정했다. 관리권자는 인천시였다. 동아시아-대양주철새이동경로파트너십(EAAFP)는 2019년 5월10일 이곳 갯벌을 철새이동경로사이트네트워크로 등록했다. 관리권자 역시 인천시와 연수구이다.

▲ 저어새가 송도 갯벌에서 먹이를 먹고 있다.
▲ 저어새가 송도 갯벌에서 먹이를 먹고 있다.
▲ 저어새가 남동산업단지 제1유수지에 둥지를  틀고 있다.
▲ 저어새가 남동산업단지 제1유수지에 둥지를 틀고 있다.

그 사이 남동산업단지 제1유수지를 비롯해 송도갯벌을 찾는 저어새가 늘었다. 2009년 남동산단 유수지 인공섬에 저어새 번식 둥지는 24개였다. 지난해에는 230개로 10여 년 사이 10배 가까이 늘었다.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었다. 저어새 새끼의 생존율이 떨어졌다. 생존율은 2009년 60%였다가 2017년에는 85.7%로 정점을 찍었다가 2017년부터 내리막길이었다. 2019년에는 16.7%로 곤두박질했다.

2018년 13억 원을 투입해 유수지 내 인공섬(면적 900㎡) 조성이 늦어진 데다가 유수지 수위 조절에 실패하면서 기존 인공섬에 물이 찼던 탓이다. 족제비 등 야생동물의 습격도 막지 못했다. 관리의 허점이었다.

인천시와 연수구는 2009년 송도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뒤 2011년부터 국고보조사업로 해양보호구역 관리사업을 매년 추진 중이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모니터링했다. 연간 평균 예산은 1억원 정도였다.

습지보호지역관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전시회·체험부스 등 주민참여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과 선진지도 둘러봤다. 모니터링이 끝나면서 사업 예산은 4500만~4800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시는 내년 제3차관리기본계획(2022~2026년)수립을 위해 용역을 벌인다.

물새의 대체서식지 조성도 가물거렸다.

2005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야생조류 공원의 면적이 작다는 지적에 따라 3·4·5공구 남측 150㏊와 6공구 26㏊ 등 모두 176㏊의 대체서식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3·4·5공구 남측은 신항만과의 완충녹지이고, 6공구가 대체서식지로 자리 잡기 위해선 적어도 5년 이상이 걸려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 뒤 대체서식지 조성은 표류했다.

인천경제청은 2018년 7월 송도 11공구에 조성 예정인 완충녹지 4.5㎞ 구간에 폭 30∼110m 규모의 습지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을 수립했다. EAAFP측은 송도 조류 대체서식지 및 습지센터 조성 국제 워크숍에서 이를 150∼200m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녹지 면적이 협소해 안정적인 서식지를 제공하기 힘들고, 폭이 좁아 새들의 휴식이 시민들의 친수활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제청은 송도 11공구 개발계획이 이미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부지 확보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대신 송도 11-2공구의 녹지 면적 일부를 줄여 습지공원에 보태는 방안을 내놨다

▲ 배곧대교 건설 예정지인 인천 송도 11공구(사진 왼쪽)와 배곧신도시 한라아파트 사이 송도 갯골 수로.

이제는 배곧대교가 말썽이다. 시흥시는 지난 20일 '(가칭)배곧대교 민간투자사업 전략 및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유역환경청에 냈다. 현대엔지니어링 등 민간기업 컨소시엄인 배곧대교㈜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1904억 원을 투입해 송도 11공구와 배곧신도시 잇는 1.89㎞ 다리(왕복 4차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전략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동시에 진행한다. 사업 타당성과 입지의 적정성을 따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먼저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다음 건설방법을 정하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한다.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환경영향평가에서 사업지구 1㎞ 떨어진 시흥 쪽 옥귀도 황새바위에 번식하는 저어새는 언급조차 안 됐다. 황새바위에서는 올해 저어새 70여 쌍이 번식하고, 100여 마리가 태어나 둥지를 떠났다.

물새 조사 항목에서는 송도갯벌서 관찰된 새의 개체수가 1816마리라고 적고 있다. 송도갯벌은 물새 수만 마리가 찾는 곳이다. 환경영향평가의 부실 또는 조작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송도 습지보호지역 훼손에 대한 대안도 별스럽지 않다. 사업구역에 습지보호지역이 들어갔을 때 대체 습지보호구역을 지정토록하고 있다. 선상 토론회에서 인천과 시흥의 민관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광역협의체를 구성하고 습지보전과 개발원칙을 마련하자는 제안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다.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