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주간·문화경영대학장

 

김장철이다. 가을이 끝자락인데 찬바람이 더 기온을 내렸다. 김장 손길이 바빠졌다. 상업용 김치가 현대 가정의 식탁을 파고들었어도 김장은 전통적인 풍물 음식으로 변함이 없다. 김치는 밥반찬의 우두머리이기 때문이다.

김치가 없는 밥상은 어딘가 허전하다. 따뜻한 쌀밥 한 숟가락과 새콤달콤하게 숙성된 시원하고 아삭한 김장김치는 식욕을 북돋우는 맛의 전령이다. 실향민 중에는 동짓날 긴 밤, 온돌방에서 먹던 평양김치와 후련한 동치미가 그리울 듯싶다. 맵고 짠듯하지만 매혹적인 전라도 김치, 개성 쌈김치와 깍두기도 있다.

김장은 배, 밤, 굴, 젓갈 등 부재료도 많이 들어 비용과 손이 필요하다. 그래서 김장을 담그기 힘든 처지의 어려운 이웃도 많다. 하지만 이맘때면 독거노인 등을 찾는 김장나누기 손길이 이어진다. 지난 주말 인천 남동구 장수동 배추밭에서 키운 270포기가 남촌·장수행복나눔봉사단에 전달돼 이웃돕기 김장을 담궜다고 한다. 추운 긴 겨울을 앞두고 이만한 선물이 또 있을까? 요즘 내가 맡고 있는 인천일보 문화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한 김상근 쭈꾸미일당백로데오점 대표가 보내온 소식이다.

지난주 본보 CEO과정 수료식에서 노용범 원우회장은 “인천일보에서 새 가족을 만나게 돼 인생의 커다란 선물을 얻었다”면서 “서로 의지하고 배려하면서 앞으로 기쁨과 즐거움, 슬픔도 함께할 수 있는 오누이 같은 우정을 이어가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가족 관계처럼 소중한 선물은 없을 것이다. 가수 '진산풍월'은 “이 세상 살며 날 지켜준 아버지, 키워준 어머니, 날 아껴준 형제들 함께 했던 추억이 고마운 선물”이라고 했다. 또 “내 아내와 아이들과 소중한 시간들, 때로는 힘들 때 슬플 때도 내게 힘이 돼 기쁨을 주고 … 이 세상 살며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한 선물”이라고 노래했다.

사람이 선물이다. 구미 대학에서는 저명인사를 초청해 졸업식 축사를 듣는다. 2차대전 당시 영국 옥스퍼드대 졸업식에서 윈스턴 처칠은 '절대 포기하지 마라'(Never give up!)를 남겼다. 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존 F 케네디 미국 35대 대통령과 코난 오브라이언 미국 MC 겸 코미디언, 조앤 K 롤링 해리포터 작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 수많은 인사들이 단상에 섰다. 명연설은 '마지막 수업'의 가치를 지닌 졸업선물이다.

2012년 5월 미국 보스턴대 졸업식에서 에릭 슈미트 구글 전 회장은 “여러분이 신뢰하는 친구가 중요하다”고 연설했다. 마리사 메이어 야후 전 CEO는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 하비머드대 졸업식에서 “변화를 향해 열려 있어라. 자기 주변에 똑똑한 사람들을 둬라. 그들이 여러분을 최선을 다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졸업장이나 수료증서보다 학습과정에서 만난 동료가 더 중요한 선물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인천일보 문화경영대학 CEO과정은 2018년 1기 27명이 수료했다. 1기 원우회장단은 지난주 2기 30명의 수료식에 참가해 꽃다발을 전달했다. 오랫동안 지역 대학과 대학병원 등이 최고경영자과정을 운영해 왔다. 본보는 사회의 목탁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교육문화예술 분야에 있어서도 품격 있는 인력을 길러냄으로써 지역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와 목적이 분명하다. 또 지식기반사회에서 필요한 신진 지식을 학습하는 재교육 과정으로서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인맥을 확보할 수 있는 강점을 살리겠다는 의도다.

1976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가 처음으로 최고경영자과정을 개설한 후 다양한 학문 영역에서 CEO과정이 운영돼 왔다. 인천에서는 1982년 3월 인하대 경영대학원이 최고관리자과정을 개설했다. 그러나 고등교육기관이 교육프로그램을 독점하고 학벌 프리미엄에 나서는 일은 시대착오적 현상이다. 본보는 언론사 CEO과정의 차별성과 존재가치를 프로그램에 담아내려 한다. 이를 기반으로 지식습득과 인적교류가 확대되길 기대한다. 원우회 활동을 통한 사회적 신분상승은 물론, 수준과 품격을 갖춘 교육프로그램이 인생의 선물상자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