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원데이 아트투어 세번째 이야기

문화예술 생태계 구축하겠단
재단 설립의도도 맞아 떨어져
파라다이스시티 3000점 작품
더 많은 사람들이 누렸으면
▲ 파라다이스시티. /사진제공=파라다이스 문화재단
▲ 김진희 파라다이스문화재단 팀장
▲ 김진희 파라다이스문화재단 팀장

이달 말까지 인천에서 진행되고 있는 메세나사업 '원데이 아트투어'는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이 주관했다.

1989년 우경문화재단으로 시작한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은 설립 초기 국제문학교류사업에서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해외 활동을 지원했던 '뉴욕 아트 오마이(Art-OMI)' 레지던시 사업과 현재의 '파라다이스 아트랩(Paradise Art Lab)'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을 꾸준히 후원했던 터라 이번 인천문화재단과 함께 진행하는 메세나 사업도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이번 원데이 아트투어를 담당한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의 김진희 팀장을 만나 사업의 자세한 취지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시민과 예술가의 동반성장이 목표

탄생한지 30년이 넘은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은 사람 일생으로 치면 장년(壯年)에 해당한다. 역사와 전통을 지닌 문화재단으로서 문화예술계와 나아가 대한민국 사회의 의미있는 변화를 주도하는 일을 최종 목표에 두고 있다고 김진희 팀장은 말했다.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의 설립 의도 자체가 한 단계 성숙한 문화예술 생태계를 구축하고 융복합적인 아트 인프라를 완성하기 위함입니다. 가장 원동력이 되는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돕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임무이지요.”

이번 인천문화재단과 한국메세나 협회와 함께한 메세나 사업은 예술가 지원과 시민들의 문화예술 생활 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투어팀을 모집해 인천의 문화예술 공간을 돌고 하루 동안의 여정 속에 예술가들의 공연과 설명을 접목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총 11일 가운데 9일을 지냈으며 하루 당 참가 시민은 10~20명 정도였다. 여기에 강제윤 시인과 조경재 시각예술가, 조동희 음악감독, 김주홍 국악연주가, 김설진 안무가, 드니성호 기타리스트, 유진규·박소봉 무용가, 홍혜림, 조영각 미디어아티스트, 지수·허창용 샌드아티스트가 지원을 받고 창작 활동을 했다.

“문화예술로 시민들과 소통을 하면서 아티스트도 예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결과입니다. 지역사회 공헌과 예술의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의 확고한 기업 신념도 관철시킬 수 있었죠.”

김진희 팀장은 이번 사업을 진행하면서 투어팀과 예술가들이 보여 준 반응이 뜨거웠다고 느꼈다.

“'인천과 영종도에 이런 곳이 있대' 하고 말로만 들었거나 깊숙이 알지 못했던 부분을 자세히 체감하고 예술적인 프로그램을 접하니 감동을 받았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기업이나 브랜드들이 지역과 소통하지 못하면 생명력을 잃고 마는데 우리 기업 역시 이 사업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특히 원데이 아트투어의 모든 일정 중 대미를 장식하는 영종 파라다이스시티 전시품 관람을 김진희 팀장은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파라다이스 시티는 아예 '아트테인먼트 리조트'로 시작됐습니다. 객실을 포함하면 이 공간 안에 3000점의 예술작품이 있지요. 심지어 화장실에도요.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파라다이스시티의 공간 속에 일상적으로 놓여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 작품들의 진가를 알아주길 바라고 있어요.”

김 팀장은 원데이 아트투어사업이 기업 이익으로 연결된다고 평가했다. 기업 이미지가 좋게 홍보될 뿐 아니라 리조트 신규고객 유입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호텔을 예약한 사람만 파라다이스시티 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아직도 많아요. 한 번 오신 분들은 여기 와서 떡볶이도 먹고 예술작품도 무료로 관람하고 플라자에서 버스킹 공연을 볼 수도 있구나 알게 되죠. 앞으로도 이 분야의 예산을 유지해 한층 더 풍성한 메세나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이 작품 놓치지 마세요

▲ 이용백 조형작품 '괴테'
▲ 이용백 조형작품 '괴테'

○넘버스 원 쓰루 제로

'NUMBERS ONE through ZERO'는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고 조각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파라다이스 시티 '아트 스페이스'에서 볼 수 있다.

숫자는 로버트 인디애나 작가의 대표적인 소재다. 그는 여러 번 이사를 다닌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숫자에 대한 애착이 생겼으며 숫자가 만들어내는 의미와 관계들이 흥미를 더욱 키웠다고 했다.

낡은 달력의 아라비아 숫자에서 영감을 얻어 굵고 탄탄한 형태의 숫자를 입체적인 조각으로 재해석하고 과감한 색으로 입혔다. 특히 숫자 시리즈 작품은 출생을 의미하는 1부터 소멸을 의미하는 0까지 삶의 과정을 상징한다.

 

○괴테

우리나라 작가 이용백의 조형 작품으로 파라다이스 시티 야외 전시장에 설치 돼 있다.

여행가방 위에 걸터앉아 망원경을 통해 먼 미래를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을 입체 픽토그램으로 조형화했다.

디지털 픽셀을 연상시키는 3D 픽토그램의 표면 텍스처는 한국의 전통 조각보에 나타나는 기하학적 이미지를 사용했다. 이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유연성을 상징한다.

변화된 인간의 신체와 기록 방식, 새로운 인식 체계를 통해 기하학적이면서도 기호적인 표면처리는 정보사회 속, 복잡하게 얽힌 우리의 일상을 연상시킨다.

"미래는 확실하지 않은 것에서 작은 가능성을 찾아내는 사람들의 것이다" 라는 괴테의 말이 떠오른다.

 

○골든 크라운

파라다이스시티 분수대에 황금 왕관이 들어 앉았다.

최정화 작가는 진짜와 가짜, 작품과 상품 그리고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거나 교란시키고 또 그 간극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폐 현수막, 생활용품, 바가지, 때 밀이 타올, 트로피, 비닐, 쿠킹 호일 등 흔한 일상용품을 재료로 삼는 작품을 그동안 선보였다. 작가는 미술관이 아닌 보다 일상적인 장소에서 작품을 마주하기 바라며 한국의 근대화가 만들어 낸 대량생산과 소비를 과잉 집착과 과잉 소비라는 키워드로 해석했고 특유의 한국적 팝을 창조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인천일보·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