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가덕도 신공항을 둘러싼 정치권의 꼼수는 한국의 유일한 허브공항이 있는 인천시민들에게는 물론 상식이 통하는 정상적인 국가를 염원하는 국민들을 절망시키고 있다. 20세기 후반에 신공항을 건설했던 도쿄(나리타공항), 파리(드골), 홍콩(책랍콕)같은 대도시에서는 공항인근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을 설득하는데 십수년이 소요되었다. 세계 어느곳에서나 공항건설은 기피대상이었지 갈망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노태우정부 마지막 해였던 1992년 부산시는 도시기본계획에 신공항 필요성을 스스로 언급했다. 그후 노무현대통령 시절에는 '남부권신공항'으로 이명박정부는 '동남권신공항' 그리고 박근혜 전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 '영남권신공항'을 공약하면서 부산을 포함하는 영남권 5개 시도간의 공항유치경쟁으로 변질되었다. 박 전대통령은 정치적 고향인 대구 경북권을 의식해 신공항 후보지로 포함시킨 것이다. 신공항건설이 역대 대통령들의 선거공약으로 정치쟁점화되면서 영남권 광역자치단체간의 갈등으로 비화되는 시점에서 묘수가 동원되었다. 교통연구원과 파리공항엔지니어링(ADPI)의 타당성검토 결과를 조건없이 수용하겠다는 영남권5개시도 합의에 도달했고 2016년 발표된 결과는 기존 김해공항의 확장안이었다.

잠잠해진 영남권 신공항은 2017년 문재인대통령의 대선공약에 포함되면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고 지난해 출범시킨 검증위원회에서 김해신공항계획에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검증위원 21명중 5명만이 모여 김해신공항 안이 발표된지 4년5개월만에 누가 보아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정치적 술수로 보이지만 더욱 가관인 것은 부산지역출신 야당의원들까지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제출함으로써 의식있는 시민들을 낙담시키고 있다. 지역 이기주의에 따른 여야합작으로 신공항후보지의 마지막 후보였던 가덕도에 10조원이상의 예산이 투입되어 공항을 건설하는 쪽으로 집권 민주당이 돌진하고 있고 야당까지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태를 보도하는 우리나라의 언론도 불리해진 선거구도를 타개하기 위한 집권여당의 술수를 정치적인 쟁점으로만 보도하는 한계를 드러내며 본질적 문제제기와 전문적 분석을 외면하고 있다. 첫 번째로 공항을 만들어 놓는다고 항공사들이 기다렸다는듯 취항할 것인가를 현재 인천공항에 취항하고 있는 80여개의 항공사를 대상으로 취재하면 결과가 나올 것이다. 우리나라에 취항하고있는 외국항공사들이 (인접국인 중국과 일본외에는) 인천공항이외의 공항에 취항할 의지나 계획이 없다면 동남권 신공항의 효용도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할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와 항공여객운송은 가급적 대형기로 허브공항을 통한 승객수송으로 저렴한 항공운임을 지향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규모의 유럽국가들에서는 고속철도로 공항을 연결하여 승객들을 허브공항으로 집결시켜 가급적 대형기를 이용하여 보다 저렴한 운임을 가능케 하고 환경보호를 지향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TGV고속열차로 마르세이유와 파리공항간 775㎞, 보르도와 584㎞, 스트라스부르크 491㎞를 평균시속 300㎞로 주파하여 파리공항으로 연결하고 있어 이들 지방공항의 효용이 급감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뒤셸도르프, 본-쾰른, 함부르크, 스투트가르트공항의 역할이 고속열차 연결로 급감하고 있는 중이다. 세 번째로는 근년에 개항한 신설공항들의 저조한 행적을 객관적이고 전문가적으로 취재하면 가덕도 공항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4번째 도시 나고야 시는 기존의 고마키공항을 대체하기 위해 엑스포를 앞두고 도코나메시 앞 이세만의 인공섬을 만들어 중부공항으로 2005년에 개항했다. 나고야권의 1000만 인구가 중부공항을 허브공항으로 뒷받침할 것으로 판단했으나 오산이었다. 초기에는 미국과 유럽의 항공사들이 취항했으나 충분한 승객이 없어 운항 취소함으로서 허브공항의 위상을 포기해야만 했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파리공항엔지니어링(ADPI)이 가덕도에 새 공항을 건설하는 것보다 김해공항을 확충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보고서의 내용을 심층 분석하여 양식있는 국민들에게 알리는 기사도 아쉽다.

그동안 수많은 지방공항을 만들어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하고 항공사허가를 남발하여 일년만에 부도사태와 통폐합을 눈앞에 둔 정부도 선거를 의식한 정치집단의 또다른 공항만들기에는 정직하고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으면 한다.

인천공항이 세계적인 허브공항으로 공인되고 있고 KTX로 연결가능한 시점에서 28년간 논쟁 끝에 결론이 난 동남권공항 건설논쟁도 이제 마감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