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림 경기본사 문화기획부 기자

우리 소리가 '힙'해졌다.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음악으로 여겨져 대중으로부터 외면받던 국악이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통 타악기의 자리는 드럼이 차지했고 거문고의 자리는 베이스 기타가 대신하는 식이다.

최근 '조선의 힙합'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가 국악의 새로운 역사를 쓰며 '이날치' 열풍을 낳고 있다.

지난해 이날치 밴드가 유튜브 음악채널 온스테이지2.0을 통해 선보인 '범 내려온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판소리 수궁가 중 별주부가 세상에 나와 호랑이를 만나는 장면을 해석한 '범 내려온다'는 흔히 판소리 공연에서 등장하는 부채를 든 소리꾼, 북 장단을 두들기는 고수가 아닌 펑키한 리듬을 전주로 판소리 특유의 익살스러운 노랫말과 걸쭉한 우리 소리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이날치 밴드는 한국관광공사에서 대한민국 홍보를 위한 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SEOUL'에 등장하면서 3억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더욱 유명해졌다.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은 이날치 효과로 'Amazing KOREA!', '코로나가 끝나면 꼭 가보고 싶은 도시' 등으로 손꼽히며 한국에 대한 세계인의 찬사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전통음악인 국악을 앞으로 미래에 찾아올 새로운 형태의 무대로 선보인 공연도 있었다. 지난 6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새롭게 시도한 신개념 국악 공연, '메타퍼포먼스:미래극장'은 국악이 가진 기존의 틀을 깨고 국악 공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온라인 관객은 마치 게임 속 유저처럼 원하는 국악 공연을 선택할 수 있고, 무대 속 오프라인 관객들은 게임 속 캐릭터로 변신해 온라인 관객들의 주문을 받아 행동하게 된다.

종종 과거의 것으로 치부되는 국악과 현대사회의 산물 같은 온라인 게임의 조합을 기대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공연의 주제처럼 마치 미래의 공연 문화를 미리 보여주듯, 대중으로부터 외면받는 국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듯, 이번 '메타퍼포먼스:미래극장'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한국 아티스트 최초로 빌보드 차트를 석권한 'BTS', 아카데미시상식 역사에 있어 전무후무한 기록을 낳은 한국 영화 '기생충' 등과 함께 최근 한국 전통음악이 전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우리 전통음악이 가지고 있는 문화의 저력을 전 세계에 과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