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으로 발주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확장 4단계 건설공사 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를 유족이 경찰에 신고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발주처인 인천공항공사와 시공사 금호건설, 감리, 하청업체가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인천공항경찰단은 지난 23일 오후 1시30분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확장공사 4단계 현장에서 금호건설 하청업체 근로자 A씨(62)가 물을 가두어 두는 집수정에 빠져 숨졌다고 24일 밝혔다. 당시 A씨는 발견한 동료가 119 신고로 출동한 구급대원의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 조치를 받아 병원으로 옮겼지만 같은 날 오후 4시39분쯤 사망했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를 어떻게 유족이 경찰에 신고하는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질 수 있냐”며 “발주처 인천공항공사, 시공사 금호건설, 감리업체, 하청업체의 총체적 안전사고 불감증이 사망 사고를 불렀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또 유족들은 “A씨가 오후1시30분쯤에 사망했는데 2시간을 넘긴 오후 3시50분쯤 발견됐고 대응조치도 미흡했다”면서 “2인 1조로 근무하는 기본 원칙까지 무시하고 작업에 투입하는 등 산업안전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족 신고를 받고 현장 조사에 나선 경찰은 A씨가 빠진 곳은 수심이 1.75m 가량의 집수정이고. 주변에 별도의 안전펜스가 설치되지 않았던 점을 확인했다. 또 A씨가 오전에 실시한 작업에는 동료 작업자와 투입됐고, 오후에는 단독으로 작업한 사실도 파악했다.

경찰은 토목공사 과정에서 나오는 물을 집수정에서 펌프로 퍼내는 작업을 하던 A씨가 물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망 원인 확인을 위해 부검 실시 절차를 밟고 있다. 앞으로 현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확한 사고 경위에 대한 추가 조사도 진행한다.

현재 시공사 금호건설, 하청업체는 유족들을 만나 장례 절차를 포함한 보상대책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힌편 경찰은 발주처 인천공항공사, 시공사 금호건설, 감리업체,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안전시설 미설치 경위 등 업무상과실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이날 노동청도 별도 조사를 벌였다.

/김기성 기자 audis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