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차 없는 거리, 경찰은 상인 고려해 적극 단속 안하지만
공익제보단 '배달 이륜차' 집중 제보 한 달 수십만원 범칙금
상인들 무분별 신고 대책 요구 “지역 특성 고려한 정책 필요”
/자료출처=한국안전교통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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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음식점 등은 배달 영업만 가능한데, 오토바이 배달을 막는 건 가게 문 닫으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수원 매산로 음식점 업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부의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소상공인의 매출 급감이 불가피해졌는데, 한국안전교통공단의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단속이 엉뚱하게 배달 이륜차에 집중되면서 소상공인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한국안전교통공단은 골목 경제가 크게 위축되기 시작한 지난 5월부터 연말까지 도내에서 이륜차 교통사고를 줄인다는 목적으로 연말까지 '공익제보단'을 운영 중이다.

이른바 '파파라치'로 불리는 공익제보단은 31개 시군에서 388명으로 꾸려졌다. 1개 지자체에 대략 12.5명이 활동하고 있다. 공익제보단은 ▲신호 및 교차로 위반 ▲역주행 ▲안전모 미착용 등 도로교통법 위반사항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신고한다.

이들 공익제보단은 개인은 한 달에 20건까지 이륜차의 불법행위 사진을 촬영해 건당 5000~1만4000원을 받고 있다.

/자료출처=한국안전교통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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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일부 파파라치가 골목상권에 잠복하면서 음식점 등 배달 위주의 소상공인 점포를 중점적으로 신고하면서 악영향을 낳고 있다.

300여 점포가 밀집한 수원역 인근 매산로 테마거리에는 파파라치 활동 5개월여 만에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수원시가 차 없는 거리로 운영 중인 이곳은 오전 7시~정오까지 5시간 이외에는 오토바이를 포함한 차량이 진입할 수 없다. 다만, 상인들은 배달 특성을 고려해 오토바이의 진입은 허용해왔다. 경찰도 이런 사정을 고려해 점심시간 등에는 적극적인 단속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파파라치들은 '진입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점심시간에 배달 오토바이를 중점 단속하고 있다.

파파라치가 이곳을 드나드는 오토바이만을 집중적으로 신고하면서 배달업체들이 아예 기피지역으로 분류하고 배달기사를 보내지 않고 있다.

이곳 매산로 테마거리에서만 파파라치에 의한 신고가 50건 접수됐다. 모두 이륜차가 진입했다는 내용이다.

A배달업체는 최근 3일 동안 무려 12건이 신고돼 범칙금 80만원가량의 처분을 받았다.

상인들은 수원시와 수원서부경찰서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두 기관은 뚜렷한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성철 매산로 테마거리 상인회장은 “매산로 일대 전부가 악영향을 받으며 상인들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토바이 잡으려다 지역 상권을 잡는 꼴”이라며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수원 매산로 테마거리와 함께 골목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차 없는 거리'를 둔 안양 일번가, 이천 중앙통 문화의 거리, 수원 나혜석거리 등 10곳이 파파라치들의 주 활동무대가 되고 있다. 이들 수천의 점포주들은 파파라치의 무분별한 신고에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5월부터 11월23일까지 접수된 신고만 무려 8387건으로, 하루 평균 이륜차 운전자 39명이 범칙금을 냈다.

이천시 한 배달업체 관계자는 “차 없는 거리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이륜차를 끌고 들어가는 것 마저 불법이기에 부담이 된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한국안전교통공단이 배달 오토바이를 단속하는 게 맞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안전교통공단 관계자는 “올해 처음 시작한 것이기에 본래 취지와 달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더는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경훈·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