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전한다더니 철거, 철거해놓곤 보전…웃지 못할 촌극

중구 관동 일대 등 '개항기 근대건축물 밀집지역' 지정해 보호대상 53동 선정
이후 지구단위계획 5번 변경 … 52동으로 목록 수정됐지만 10동은 철거 건물
2009년 공영주차장 조성 통해 사라진 관동주택 '등록문화재 추천 중' 설명도
▲ 인천 근대문화유산 210개 중 46개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왼쪽 사진은 19일 막바지 공사가 진행중인 인천 중구 누들플랫폼이 위치한 개항장 거리 전경. 근대건축물 철거 후 공영주차장으로 사용되던 부지에 들어선 누들플랫폼은 전시체험공간으로 개관할 예정이다. 오른쪽 사진은 근대건축물 철거 이전 모습. /이상훈 기자·사진제공=문화재청 문화재공간정보서비스 photohecho@incheonilbo.com

20년 전인 2000년 7월 인천시는 인천항과 자유공원, 월미도 일대를 역사문화지구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개항기 근대건축물 보전·정비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선정하고, 주변 지역을 도시계획 조례로 관리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에도 근대건축물이 관리 부실로 훼손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인천일보 2000년 7월17일자 1면>

후속 조처로 '개항기 근대건축물 밀집지역 지구단위계획'이 3년 뒤 지정·고시됐다. 지구단위계획에는 중구 관동·중앙동·해안동·항동·선린동·북성동·송학동 일대 '보전 대상 건축물' 53동이 추려졌다. “공사 등으로 인해 보전 대상 건축물이 훼손, 멸실 또는 수몰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지침도 세워졌다.

인천일보가 지난 8월 중순부터 두 달여간 현장 조사해보니 이들 보전 대상 건축물 53동 가운데 11동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절반이 넘는 6동은 인천시 또는 중구가 공영주차장 등 공공시설을 조성한다는 목적으로 철거했다.

시는 개항기 근대건축물 밀집지역 지구단위계획을 그 이후로 5차례 변경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보전 대상 건축물 목록도 52동으로 수정했는데, 이미 철거된 10동이 포함되는 촌극도 벌어졌다. 지난 2009년 중구가 공영주차장을 조성하면서 철거한 관동 주택에는 '등록문화재 추천 중'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대표는 “인천시가 현장에 기반하지 않은 허술한 조사만 하고 근대건축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결국 탁상행정이 근대건축물의 훼손·철거를 자초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항장을 역사문화지구로 지정해 근대건축물을 관리하려던 때는 등록문화재 도입 시기와 맞물린다. 정부는 2001년 7월 근대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 지정문화재 제도를 보완하면서 활용 폭을 넓힌 등록문화재를 도입했다.

국가 등록문화재는 이달 초 등록된 대구 동인초등학교 강당까지 총 798호에 이르는데, 20년이 가까워지도록 인천지역은 8개에 그친다. 세종(2개), 울산(6개)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 번째로 적은 숫자다. 지난해 12월 시·도 등록문화재 제도 역시 시행됐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인천시 등록문화재는 하나도 없다.

▶관련기사 3면

이연경 인천대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인천은 근대건축물 집적도가 높은 지역이고, 인천처럼 서양·일본·중국식 근대건축물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도시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며 “등록문화재는 근대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소유주를 설득하는 행정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등록문화재 숫자 자체가 적다는 것은 지자체 관심이 소홀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순민·김신영·이창욱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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