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세계적 허브 공항으로 성장한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고부가 항공정비산업(MRO)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금 국회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항공정비산업의 여러 분야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누가 봐도 사업의 타당성이 차고도 넘치는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 노력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인천의 MRO 육성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 질서에 반하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치논리다.

이달 초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같은 시각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배준영(인천 중구옹진군강화군) 의원이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을 상대로 “인천은 MRO에 정부가 지원도 안 해주고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직접적 투자도 못하게 한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김장관은 “인천공항공사가 항공정비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경남 사천의 MRO에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인천공항공사가 인천의 항공정비산업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항공정비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여전히 이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 온다.

지난해 말 정부는 중정비 MRO는 사천, 경정비 MRO는 김포, 복합 MRO는 인천으로 배분하는 항공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이름만 경쟁력 강화다. 경남 지역에서 항공정비산업 유치를 줄기차게 요구해 온 데 따른 기계적 배분이며 분산 정책이다. 이에따라 최근에는 경남 사천에서 정부 등이 투자한 항공정비 전문업체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의 신규 민항기 정비동 준공식이 열리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하루 평균 1100편의 항공기가 운항했던 세계적 허브공항에 제대로 된 항공정비단지도 결여된 현실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굳어져 가고 있는 셈이다.

항공정비 시장이 정부의 지역균형 논리를 그대로 따라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항공정비 수요가 사천으로 가기 보다는 베이징이나 상하이로 갈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오래됐다. 연간 2조6000억원의 국내 민간 항공기 정비 시장이다. 인천이냐 사천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알짜 먹거리, 일자리 산업이다. 시장을 거스르는 MRO 정책의 전환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