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설 돌았던 인사만 면접평가
최악 업황 속 퇴직자 챙기기 '뒷말'

관세청이 한국면세점협회 이사장 선임에 고위 퇴직자를 보내는 '관피아' 논란을 무려 16년 동안 끊어내지 못하면서 비난을 사고 있다. 면세점협회의 역대 이사장 4명, 본부장 12명이 관세청 출신 퇴직자로 무려 14명이 세습하듯 돌아가며 자리를 독식하기 때문이다.

18일 관세청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면세점협회 이사장 공모'에서는 내정설이 돌았던 단 한 명, A씨만 대상으로 이날 면접을 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당초 2명이 지원했으나 사전 내정설에 지원 철회한 것으로 알려진다.

후보자 1명을 상대로 면접평가를 강행한 것을 놓고 면세업계 안팎은 물론 관세청 내부에서도 현 면세점협회 이사장(직) 권한대행 변동욱 본부장이 관세청 퇴직자 출신이라 가능했다는 시각으로 보고 있다. 공모 취지에 반하는 경쟁이 성립되지 않은 문제 제기도 잇따른다.

특히 관세청 내부에서 승진한 노석환 청장(2019년 12월 취임)의 취임 1년을 맞은 시기에 관세청 입김으로 퇴직자를 이사장에 보내려는 것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직전 관세청장을 역임한 김영문 전 청장의 경우 낙하산 논란, 조직 내 잡음을 우려해 이사장 선임에 일절 관여하지 않아 전·현직 청장 간 비교가 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 업계 이익과 발전을 위한 면세점협회 인적 구성의 변화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업체(면세점)는 관세청에 말을 못하는 짐승”이라는 불만과 “면세점 경력자 출신이 이사장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가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관세청이 면세점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만큼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앞서 관세청은 정일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연수구을)이 지난 10월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관피아로 인한 유착관계를 지적했을 때 노석환 관세청장이 면세점협회의 고위직 재취업 사실을 부인한 바 있어 허위증언 논란으로 번질 전망이다. 면세점협회는 전 이사장 및 본부장 14명과 별도로 세관 공무원 퇴직자 60명도 보세사(자격)로 취업해 있는 상태다.

한 면세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면세산업이 사상 최대 위기 상황에서 관세청이 퇴직자 챙기는 갑질(관피아)을 지켜보자니 한숨이 절로 난다”며 “정부가 관세청의 인·허가권 갑질과 적폐 청산으로 위기에 처한 면세산업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audis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