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입덕수인(立德樹人)'. 덕을 갖춘 인재를 배양한다는 의미이다. 무슨 사자성어 같지만, 최근 2~3년 사이에 중국 교육 분야에서 유행하고 있는 개념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중국공산당의 교육정책을 나타내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입덕(立德)'은 교육에서 학습자의 '덕을 바로 세우는 것'을 중시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수인(樹人)'은 교육을 통해 학습자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가리킨다. 글자 그대로만 보면, 일종의 인성 교육을 중시하는 교육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과 같은 일당독재체제의 사회에서는 그 의미가 달라진다. 교육이라는 것이 원래 학습자를 교육자가 의도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수인(樹人)'이 특별할 것은 없다. 문제는 '입덕(立德)'이다. '덕'이라는 것 자체가 모호한 개념이기도 하고, 바로 그 점에서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즉 중국공산당이 국민에게 요구하는 '덕'의 내용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정치적 필요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형될 수 있다.

근대 국가의 교육제도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그 대상자인 국민에게 일정한 수준의 표준화된 지식을 전달함과 동시에, 국민으로서 갖춰야 할 일정한 '소양'을 함양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사실 어느 국가에서나 교육이라는 것은 '정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헌법이 교육의 기본 방향과 그 성격을 결정하지만, 중국과 같은 일당독재체제에서는 집권당이 그 역할을 대행한다는 점에서 다를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결국 교육에 정치적인 목적이 훨씬 더 깊게 투영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최근에 중국에서는 '입덕수인'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역사교육, 그중에서도 특히 '사사(四史)'에 대한 학습을 강조하고 있다. '네 개의 역사'란 '중국공산당사', '신중국사'(중화인민공화국의 역사를 말함), '개혁개방사', '사회주의 발전사'를 지칭한다. 이 네 가지의 '역사'는 다루는 시기의 범위가 조금씩 다를 뿐, 사실상 모두 중국공산당이 주도해온 중국의 현대사를 의미한다. 즉, 중국공산당이 이끌어온 현대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확립하는 것이 '입덕'의 조건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공산당은 이러한 의도를 숨기지 않고 매우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주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사' 교육을 통하여, 중국공산당이 서구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수백 년에 걸쳐서 이룩한 근대화를 수십 년 만에 달성했다는 것, '짠치라이(站起來: 일어서다)'에서 '푸치라이(富起來: 부유해지다)', 이어서 '챵치라이(强起來: 강해지다)'로 연결되는 위대한 역사적 도약을 이뤄냈다는 것, 그리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국가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는 것 등을 학습자들이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 곧 '새로운 교육'의 목표로 제시되고 있다. '사사' 교육을 통하여 시진핑 총서기를 중심으로 한 중국공산당 지도부와 그들이 통제하고 있는 현재의 체제에 대한 믿음을 대학생들에게 주입하고자 하는 것이 '입덕수인'이라는 아주 그럴듯한 개념의 실제 내용이다.

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이후로 중국공산당의 사회 통제와 민족주의적 응집력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공산당 내에서도 시진핑 한 사람에게 개혁개방 이후 어느 시기보다도 많은 권력이 집중되고 있다. '입덕수인'이라는 표어 아래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 및 사상 통제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의 현대사를 보면, 최고 지도자에게 권력이 집중되었을 때 역사적으로 가장 큰 비극이 초래되었는데, 21세기에는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국가 주도의 역사교육은 일반적으로 현 체제의 정당성을 '역사적'으로 설명하기 위하여 이루어진다. 이는 꼭 중국과 같은 일당독재체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이 다르고, 정도의 차이는 있다고 하더라도, 검정 교과서를 사용하는 우리나라도 근본적으로는 마찬가지이다. 지난 정부에서 국정 교과서를 도입하려 했던 시도가 무위에 그치기는 했지만, 현재도 역사 교과서는 교육부에서 정한 집필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비판적 시민의식을 갖춘 국민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