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쌀보다 마스크 기탁 많아
지자체 겨울나기 지원 벅찰 듯

경기지역에 코로나19에 이어 물난리까지 큰 재해가 연달아 찾아오면서 지자체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소외계층을 위해 쓰일 쌀 등 기부품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당장 후원의 손길이 대거 늘지 않는다면 코앞으로 다가온 겨울나기를 지원하기도 사실상 벅차다.

17일 도내 지자체 등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평소 지역민, 기업 등으로부터 쌀, 연탄 등을 후원받거나 연계해 홀몸노인 등 소외계층을 돕고 있다. 각종 재난재해로 어려움을 겪는 피해 주민들도 대상이다.

도내 홀몸노인은 2018년 기준으로 37만명에 달한다. 장애인과 한 부모 가정처럼 다른 소외계층까지 합치면 지원 대상은 더 늘어난다.

후원 물품의 경우에는 얼마나 들어왔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으나,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줄었다는 게 지자체의 공통된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지원해야 할 대상이 예상치 못하게 늘어나면서 적재적소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내 긴급 복지 대상자도 2만9199가구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4% 늘어난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감소, 실직 등이 원인이다. 특히 올해 여름철 장마가 경기남부지역을 할퀴면서 415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장마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면서 이재민이 대거 발생한 안성시는 현재 쌀 등 기부품 112개 품목을 모두 소진한 상태다. 현재는 간혹 들어오는 물품을 소외계층에 전달하는 수준이다.

안성시 관계자 “쌀과 라면 등을 필요로하는 시민이 많아졌는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기부가 들어오면서 부족하다”며 “앞으로 기부가 이어지지 않으면 올겨울 소외계층에게 많은 지원 어려워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화성시도 마찬가지. 화성시에 들어온 올해 기부 물품 중 절반 이상이 마스크나 손 소독제다. 소외계층의 따뜻한 겨울나기에 필요한 연탄은 올해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고, 쌀과 라면 등도 소식이 없다. 화성시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 모두가 어렵다 보니 온정의 손길이 줄었다”며 “읍면동을 통해 소외계층에 전달하고 있으나,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 안타깝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는 매년 연말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추진하는 '사랑의 온도탑'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지난해 모금액인 322억원에 한참 못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지난해 수원시에서만 사랑의 온도탑 모금액이 12억원 모였다”며 “이를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많은 지원을 했다. 그러나 올해는 모두가 힘든 시기여서 이전처럼 기부 물결이 이어지지 않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