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논설위원

“코로나에 감염된 순간 이름을 잃어버렸다. 대신 '×××번 확진자'로 불렸다.” 코로나 양성 판정 이후 겪은 사연과 번민을 담은 책 '코로나에 걸려버렸다'를 최근 펴낸 김지호(28)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 5월 초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소식이 알려지자 “어쩌다 걸렸어?”, “좀 조심하지 그랬어” 위로인지 질타인지 모르는 말들이 쏟아졌다.

확진 사실이 회사에 공지되고 전 직원이 2주간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회사에 감염병을 옮기는 죄인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하루아침에 벌레가 된 카프카 소설 '변신' 속 주인공처럼요.”, “역학조사관과 통화하면서도 영문을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주변에서 확진자가 어디를 다녔는지 확인하고 비난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내가 확진되면 저렇게 손가락질 받겠구나' 생각했는데 현실로 닥친 거예요.”

그는 입원하던 날 집에서 짐을 챙겨 나올 때 누가 볼까봐 모자를 눌러쓰고 뛰어갔다. “병원에서 CT촬영을 했는데 의료진이 '기기에 절대 손을 대지 말라'고 여러 번 강조했어요. 음압병실로 갈 때는 방역 담당자가 나를 따라오며 열심히 소독액을 뿌렸고요.”

김씨는 격리병동에서 50일 동안 치료받고 퇴원하며 이름을 되찾았다. 하지만 끝난 싸움이 아니었다. 이제부터는 세상과 싸워야 했다. 완치 후 출근을 준비하던 그에게 회사 인사팀장은 말했다. “다들 코로나에 옮을까봐 두려워하니 우선 재택근무를 하는 게 좋겠어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었으니 밖에서 좀 더 자유롭게 일해보라”며 조심스레 사직을 권했다.

결국 김씨는 지난 9월 회사를 떠났다. “퇴사 서류를 쓰러 간 회사 앞에서 동료들이 담배를 피우다 저와 눈이 마주치자 다들 마스크를 썼어요. 보이지 않는 칼로 찌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와 몇 년간 함께 운동한 트레이너는 “완치자의 운동 가능 여부는 경영진과 상의하고 연락하겠다”고 했지만 더 이상 통화는 없었다. 몸은 돌아왔지만 직장도 사람도 잃었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코로나 환자는 병은 물론 사회적 질시와 배척, 일자리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도 싸우고 있다. 백신이 나온다고 확진자에 대한 낙인찍기가 끝날까. 또 다른 바이러스가 등장할 때마다 되풀이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김씨는 “코로나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경고가 아녜요. 인류의 인격에 보내는 경고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매듭지었다. “바이러스보다 사람들이 더 무서웠어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만난다면 말할 겁니다. 완치돼 사회로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또 복귀했을 때 사람들이 나를 밀쳐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완벽한 방역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