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 경기본사 사회부 기자

최근 '평택경찰서 30대 간부를 죽음으로 내몬 상관들의 갑질 의혹' 기사를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시작은 “평택시 한 아파트에서 30대 경찰 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유가족이 억울함을 호소한다”는 한 줄 제보였다.

제보자가 극도로 말을 아껴 '유가족이 억울해하는 이유' 등 구체적인 내용을 듣지 못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평택경찰서에 자초지종을 물었다. “평소 지병으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목숨을 끊은 것 같다. 유가족이 기사화하길 원치 않는다”는 말뿐이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몰랐지만, 단지 건강문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게 납득가지 않았다. 경찰서장에게도 전화를 걸었지만, “유가족에게 들어라”며 전화를 끊었다. 장례식장을 찾아 유가족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아니나 다를까. “큰 지병이 있던 것도 아닌데 누가 건강문제로 목숨을 끊나요?” 그날 만난 유가족들도 모두 같은 반응이었다.

유가족들은 평소 30대 간부가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왔다고 했다. 심지어 '세평이 안 좋다', '직원들이 너와 함께 일하기 싫어한다'는 상관의 모욕적인 언행으로 마음고생까지 심했다며 원통해 했다.

심상치 않은 사건이라는 걸 직감했다. 다음날 평택경찰서를 중심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흡연실, 카페에 머무르면서 귀동냥을 했고 한명 한명을 설득하면서 사실관계를 물었다. 제보도 계속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각'이 하나씩 튀어나왔다.

그렇게 하루 내내 수집한 조각 퍼즐을 맞춰봤다. 윤곽이 나왔다. 일부 직원은 30대 간부의 상관이 하급자 앞에서 폭언과 모욕적인 언행을 써가며 나무랐고, 긴급하지 않은 업무까지 채근하는 등 부당한 업무지시가 있었다고 했다.

직원들의 공통된 주장은 이런 괴롭힘이 끊이지 않으면서 평소 밝았던 30대 간부의 모습이 점점 어두워졌다는 것이다.

현재 경찰은 이 사건을 놓고 감찰을 진행 중이고, 30대 간부를 괴롭힌 상관으로 지목된 2명은 인사조치됐다. 경찰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결과에 상응하는 징계 등 추가 조치를 할 방침이다.

취재 중 만난 대다수 경찰은 30대 간부가 벼랑에 선 배경인 '상명하복 조직문화'와 '실적주의 우선'을 바로잡지 않는 한 이런 문제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했다.

남을 지키다 정작 자신은 지키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문화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금 되짚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