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지난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비를 맞으며 무명용사 묘에 헌화한 뒤 고개를 숙인 채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를 뜨고 있다./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동안 'MAGA 모자'를 쓴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장에서 돌아와 백악관으로 향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MAGA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줄임말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우려할 사안은 가족기업인 트럼프 그룹과 관련한 보험·금융사기, 탈세 등 혐의를 둘러싼 뉴욕 검찰의 수사다.

사이러스 밴스 주니어 맨해튼 지검장은 이 혐의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8년치 납세자료를 포함한 수년간 재무기록을 제출하라고 작년 8월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은 지검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면서 법원에 자료 제출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제2 연방항소법원은 트럼프 대통령 측 요청을 거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다.

대법원에서 자료를 제출하라고 판결한다면 지검 수사에는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뉴욕 법에 따르면 일부 탈세죄는 장기간 징역형으로 처벌 가능한 중범죄에 해당한다.

조너선 털리 조지워싱턴대 로스쿨 교수는 "트럼프를 둘러싼 형사사건 중 가장 중대하다"면서도 수사가 덜 진행된 만큼 범죄혐의가 입증된 건 아직 아니라고 설명했다.

 

◇성추문 '입막음 돈' 스캔들

밴스 지검장의 수사 범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포르노 배우 등과 불륜 관계를 맺고 '입막음 돈'을 줬다는 스캔들이 확인 중이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맥두걸과 포르노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맺고 이를 발설하지 않겠다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입막음 돈의 전달책으로 지목된 마이클 코언은 선거법 위반죄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았다.

BBC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같은 혐의로 기소될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밴스 지검장은 트럼프 그룹이 입막음 돈 지급과 관련해 재무 기록을 위조했는지 수사 중이다.

뉴욕법에 따르면 재무기록 위조 그 자체는 경범죄이고, 공소시효가 2년에 그쳐 지검은 이 혐의만으로는 기소할 수 없다.

하지만 탈세 등 다른 혐의를 숨기기 위해 재무기록을 위조하는 행위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이 경우 공소시효도 더 길고, 유죄가 입증되면 처벌도 더 무겁다.

 

◇ 은행대출·세금감면 위해 자산가치 조작한 사기 혐의

트럼프 대통령의 부동산 사기 혐의 관련 검찰 조사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3월부터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 그룹이 은행 대출을 위해 자산을 부풀리면서 보유 부동산의 세금을 줄이기 위해 자산가치를 의도적으로 축소한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실은 지난달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이자 트럼프 그룹 부회장인 에릭의 증언을 원격으로 들은 바 있다.

BBC는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면 그 역시 아들과 마찬가지로 검찰의 직접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선 피해자 폭로에 이은 성범죄·명예훼손 소송

트럼프 대통령은 다수 여성으로부터 성범죄 관련 소송을 당한 상태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그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봤다는 여성들의 폭로가 무더기로 나왔으며, 일부 피해자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중 잡지 엘르의 칼럼니스트였던 E. 진 캐럴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1990년대 뉴욕의 한 백화점 탈의실에서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폭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부인하면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전 진행하던 TV쇼 '어프렌티스'를 출연자 서머 저보스도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태다.

저보스가 2007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강제로 키스를 당했다고 주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거짓말쟁이'라고 칭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 소송과 관련해 현직 대통령의 권한을 내세워 조사를 피해왔으나 내년 1월부터는 이 논리가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된다.

 

◇사촌 메리, 가족유산 가로챘다며 5억원 손배소 제기

사존동생 메리가 가족 유산을 둘러싸고 제기한 소송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메리는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 등 삼촌과 고모가 과거 자신을 속여 막대한 유산을 가로챘다는 내용의 소송을 냈다.

메리는 자신의 부친이 1981년 작고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 등이 "내 지분으로부터 돈을 빼돌리고, 그들의 사기 행각을 감추며, 내가 상속받을 진짜 금액을 속이기 위한 복잡한 음모를 꾸미고 실행했다"고 소장에 적었다.

이어 트럼프가를 이끌던 할아버지 프레드가 1999년 세상을 떠나자 트럼프 대통령 등이 "나를 쥐어짜서 수천만 달러 이상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메리는 소장에 피해 보상금으로 50만달러(약 5억5천만원)을 요구한 상태다.

그는 지난 9월 펴낸 회고록 '이미 과한데 결코 만족을 모르는'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나르시시스트'라고 비난하고 그의 부정입학 의혹 등을 제기하기도 했다.

 

◇헌법상 반부패 조항 위반 혐의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 행위로 헌법에 명시된 '보수 조항'(Emoluments Clause)을 위반했다는 소송도 제기된 상태다.

일종의 부패 방지 조항인 보수조항은 미국 정부 관리가 의회 승인 없이는 외국 정부로부터 선물이나 이익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여전히 사업체를 경영하며 외국 정부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수입을 얻은 혐의를 받는다.

현재 이와 관련해 민사소송 3건이 제기돼 있다.

다만 법률 전문가들은 이 소송들은 향후 기각되거나 원고 쪽에서 취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털리 교수는 "보수 조항이 형사소송의 토대가 될 가능성은 작다"라면서 "해당 재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일 때 관련성을 띠기 때문에 그가 퇴임하면 학문적 논의로 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문섭 기자 chlanstjq9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