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외상 후 스트레스 지속돼
옹진군 조만간 정신건강센터 개소
[자료사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에 지난해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발사한 포탄 수십발이 떨어져 연평도 곳곳이 불타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자료사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에 지난해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발사한 포탄 수십발이 떨어져 연평도 곳곳이 불타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날의 일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10년 전 이맘때 고요했던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일대에는 76.2㎜ 평사포 등 포탄 170여발이 쏟아졌다.

당시 연평도 선착장에서 손님맞이 준비를 하던 최병일(63)씨는 '윙' 소리를 내며 하늘 위에서 떨어져 내리던 불덩어리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그려진다고 한다. 마을은 연기로 뒤덮였고 창문들은 모조리 깨지는 등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북한의 포격 도발로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부상자도 60명이나 발생했다.

최씨는 “아직도 바다 너머에서 포격 소리가 들려오곤 하는데 그때마다 가슴을 졸인다”며 “부서진 집들은 보수가 됐지만 주민들에게 남겨진 트라우마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북한의 포격 도발 사건이 발생한 지 올해(11월23일)로 10년째를 맞았지만 연평도 주민들은 여전히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은 16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10년 전 포격으로 무너졌던 집들은 차츰 원상 복구됐지만 마음 속에 남은 포격 트라우마는 그대로 남아 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주민들은 포격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을 지나면 당시의 상황이 떠오르곤 한다. 괜스레 바람으로 닫히는 문소리에도 깜짝 놀란다는 주민도 있다.

2016년 옹진군보건소가 연평도 주민 200여명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 척도를 사용해 선별 검사를 한 결과 49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우울증을 앓는 등 정신 건강 고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군보건소와 마을에는 정신과 전문의나 전문요원이 배치돼 있지 않은 탓에 꾸준한 상담 치료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시간만 흘렀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박모(60)씨는 “포격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로 몸에 간지럼증이 생긴 사람들도 있다”며 “정신 건강 상담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꾸준히 되지 않아서 아쉽다. 지금이라도 상담 프로그램을 체계화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옹진군은 주민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이달 중 정신건강복지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다. 앞으로 센터를 통해 주민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을 꾸준히 치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군보건소 관계자는 “이달 안으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개소해 정신 보건 관련 간호사 등 전문요원을 배치할 것”이라며 “주민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