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서는 청소년이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게 된 주요한 원인으로 랜덤채팅앱 및 SNS을 통해 만남, 사진전송 등에 응하였다가, 성폭력의 피해를 입거나 성매매에 유입된 사실을 가족이나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함으로 인하여 성착취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이와 같이 정보통신기술 및 디지털기술의 발전은 자신의 주거와 같은 사적 공간의 안정성도 위협하고 있다.

몸캠피싱과 같이 화상채팅 등의 다양한 채팅앱에서 제공하는 기술로 신체 이미지와 성적 행위를 녹화하여 협박에 사용하거나 유포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쉽게 온라인을 통해 유포되어 피해가 중복될 수 있으며, 이미지가 유포되는 경우 댓글을 통한 성적 모욕과 비하로 인하여 2차 피해도 발생한다. 또한 이미지의 편집을 통해 재구성되는 경우 그 피해는 더욱 확대된다.

2013년 이후 성범죄의 통로가 채팅앱으로 이동하면서 아동·청소년이 더욱 용이하게 성범죄로 유입되었다.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소위 '채팅앱'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채팅앱은 이용자들이 앱을 통해 접속하면 사용자와 무작위로 쪽지를 발송하거나 1:1 대화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앱으로, 국내에서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채팅앱 이용자도 빠르게 늘었다.

채팅앱은 1:1 대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3자가 아동·청소년의 성을 착취하는 가해자를 발견하여 신고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통신비밀보호법'에 규정된 개인 간 대화 내용의 침해 우려로 인해 온라인대화서비스제공자에게 성범죄 관련 정보관리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채팅앱은 어떠한 제재도 받고 있지 않은 상황 속에서 더욱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채팅앱의 문제는 여성가족부의 조사결과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에서 조건만남 청소년의 74.8%가 채팅앱을 이용하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 사단법인 탁틴내일 연구소 등이 2017년 중학생 6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6.3%가 “온라인 관계만으로도 우정이 가능하다”, 21.2%가 “온라인으로 연락만 해도 사귀는 것(연애)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또한 “온라인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 내 사진을 공유해본 적 있다”는 응답자도 115명(18.9%)에 이르렀고, 11.8%는 “누군가 성적으로 접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와 같이 온라인은 성적 의도를 가진 가해자가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하기 쉬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위와 같은 조사결과는 채팅앱 등 온라인에 기반하여 발생하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행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의무규정은 온라인을 매개로 하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예방하기에 미흡하다. 호주의 경우 '온라인안전 강화법(The Enhancing Online Safety Act 2015)'을 제정하여 전기통신서비스 및 인터넷서비스 등에서 제공·게시하는 정보 중 '아동 대상 사이버 괴롭힘' 및 '사적 이미지' 등의 정보를 규제하고 그에 대한 구제절차를 마련하여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연방 차원에서 비동의 사적 이미지 공유와 관련해서는 동 법에 따라 가해자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48시간 이내에 해당 정보를 삭제하도록 하는 '삭제 통보(removal notice)'를 할 수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개인과 사업자에게 민사적 제재를 부과할 수 있으며, 제재가 세 번까지 부과되면 7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온라인을 이용해 아동·청소년의 성을 착취하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온라인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채팅앱 등을 사용함에 있어서 사용자의 실명, 연령 등의 확인 및 본인인증을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하고, 비동의 사적 이미지에 대한 삭제도 의무화하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방향으로 법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