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송도국제도시 잭니클라우스 골프장 농성장 앞에서 개최된 ‘2020 인천지역 노동문화제’에서 노동자 노래패와 몸짓패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일 송도국제도시 잭니클라우스 골프장 앞에서는 인천지역 노동 단체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2020 인천지역 노동문화제’가 개최됐다. 부당해고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인천일반노조 잭니클라우스 골프장분회와 공공운수노조 인천항보안공사지부, 금속노조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 등 3개 투쟁사업장을 지원하기 위해 열린 행사다.

전태일 열사 추모 50주기를 겸한 이날 행사에서는 민주노총 총연맹과 인천지역본부, 인천작가회의 등 연대 단체들이 총 집결했다. 인천지역노동자노래패연합을 비롯해 공공운수인천본부몸짓패, 공공운수교육공무직인천지부난타패, 인천지역노동자기타모임과 풍물패의 공연이 이어졌다.

 

- 송도국제도시 잭니클라우스 골프장 부당해고 사태

잭니클라우스 골프장 부당해고 사태는 골프장을 운영하는 송도국제스포츠클럽(스포츠클럽)이 지난 2019년 12월 도급업체를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스포츠클럽은 미국의 부동산 개발회사인 게일 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이 2004년 공동 설립한 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국제도시개발)로부터 2010년 10월 개장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을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스포츠클럽은 2019년 12월 31일 골프장 내 보안과 미화, 식당, 조리업무 등을 맡았던 도급업체 ㈜고암과의 계약을 종료하고 ㈜우림맨테크를 새 도급업체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새 도급업체인 우림맨테크는 기존 인력을 재고용하는 관례를 깨고 기존 인력 15명 중 7명의 재고용을 거부했다.

▲ 송도국제도시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은 ‘송도국제스포츠클럽’이 포스코건설과 게일 인터내셔널이 공동 설립한 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 중이다.

- 10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부당해고 철회’ 농성

졸지에 집단 해고된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일반노조(위원장 이형진)는 골프장 앞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1월부터 10개월 넘게 장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노조를 결성한 것이 재고용 거부의 이유라고 보고, 지난 5월 15일 골프장 운영 주체인 국제도시개발과 스포츠클럽, 도급업체인 우림맨테크, 고암 등 4자를 상대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 해고노동자들, ‘노동조합 결성이 부당해고 사유’라고 주장

조합원들은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한 구제신청서를 통해 “채용이 거부된 노동자 7명 전원은 2019년 4월 15일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활동을 벌여온 조합원이고, 이 중에는 분회장, 사무장 등 간부가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채용이 거부된) 7명 모두는 잭니클라우스 현장에서 길게는 10년 짧게는 5년 가까이 근무한 숙련된 근로자들인데도, 새롭게 도급업체로 선정된 우림맨테크는 새 도급업체가 기존의 근로자 전원을 재고용하는 전례를 깨고 조합원 7명만을 골라 재고용을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도시개발 등이 고용승계를 거부한 것은 노조 활동을 혐오하여 조합원들에게 불이익한 처우 및 지배·개입을 통해 부당하게 해고한 것”이라며 “부당해고를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골프장 측, ‘노동조합 활동 아는 바 없다’고 부인

이에 대해 골프장 측은 서울 소재 로펌과 노무사 등을 통해 작성한 답변서에서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근로자들은 고암 소속이며, 도시개발과 스포츠클럽은 이들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관여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고암과의 계약 만료 이후 ‘지명경쟁 입찰방식’으로 우림맨테크를 새로운 도급업체로 선정했을 뿐”이라며 “이 과정에서 새 업체가 고유한 인사, 채용 권한에 근거하여 업무에 적합한 직원을 채용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해고당한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일반노조가 지난 1월부터 골프장 앞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장기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인천시의회, ‘골프장 고용승계 촉구 결의안’ 채택

하지만 인천시의회는 지난 9월 11일 ‘잭니클라우스골프장 고용승계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골프장측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집단 고용 승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의회는 결의안에서 “인천시가 송도와 영종, 청라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개발하고 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국제기준에 걸맞은 기본적인 고용과 노동권, 인간다운 권리가 보장되는 노동 환경의 조성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파견업체가 3차례나 바뀌는 과정에서도 고용이 승계되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고용승계를 거절당하고 일터에서 쫓겨났다’고 비판했다. 특히 ‘노동조합원들은 관리자의 갑질에 항의하여 2019년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수습 기간 중인 여성노동자가 현장소장에게 성추행에 저항하다 보복해고를 당한 사건 때문에 처음 시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부당해고 사태 해결을 위해 감독권 행사해야

시의회는 “파견업체의 변경을 이유로 전체 15명 중 조합원 7명만 고용승계를 받지 못한 것은 원청사의 보복성 조치임이 분명하다”고 못 박았다. 이어 “잭니클라우스골프장 비정규직 해고는 파견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얼마나 하찮게 취급되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도시개발은 책임 있는 자세로 이 사태를 해결하고 감독기관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의회는 ▲고용승계에 있어서 노동자의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는 정부와 국회의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 ▲도시개발의 명확한 입장 표명과 책임 있는 대책 마련 ▲상식에 벗어난 도시개발의 노무행위에 대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적극적 감독권 행사 등을 주문했다.

민주노총 일반노조 이형진 위원장은 “세계적 명성을 자랑한다는 골프장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도급회사를 바꿔 몇 명 되지 않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행각은, 헌법이 보장하는 초보적 권리를 침해하는 비인간적이고 야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부당해고 사건을 계기로 송도국제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숙한 시민의식 속에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상생의 풍토가 조성될 수 있도록 골프장 측은 물론 인천시와 경제자유구역청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찬흥 기자 report6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