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현실 이상' 기획전시 마련
국내외 작가 10팀 비디오·설치 작품 등 통해
미래사회 낯선 존재들과 관계 맺는 현실 다뤄
1957년 인류 위해 희생된 우주개 '라이카' 모습도
/사진제공=백남준아트센터

과학기술이 만든 존재와 인간이 공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백남준아트센터는 내년 1월말까지 기획전 '현실 이상'을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기획전시 '현실 이상'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며 기계와 같은 비인간 존재들과 우리는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동시대 예술가들의 사유를 통해 전망하는 전시이다.

전시 제목 '현실 이상'은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사회가 다양한 낯선 존재들과 관계 맺으며 함께 살아가게 될 현실이며, 우리가 이상(異常)하다고 의심하는 것들을 외면하지 않아야 도달할 수 있는 이상(理想)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에는 김세진, 김윤철, 매튜 케루비니(Matthieu Cherubini), 박혜수, 아메리칸 아티스트(American Artist), 양숙현, 업체eobchae, 웨슬리 고틀리(Wesley Goatley), 정 승, 차오 페이(Cao Fei) 등 국내외 작가 10팀(명)이 참여, 비디오, 설치, 조각 작품 15점을 선보인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작가 웨슬리 고틀리의 설치 작품 '기계 신들의 목소리'는 음성인식 인공지능인 애플 아이폰의 '시리'와 아마존의 '알렉사'를 의인화해 인간의 기술 숭배와 기술 산업화의 이면을 다룬다.

중국 출신 작가 차오 페이는 비디오 작품 '아시아 원'에서 2021년 노동 현장을 담아냈다. 대규모 물류 공장인 아시아 원은 완전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뤄졌는데, 자신의 노동을 대신해 하는 기계와 로봇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매튜 케루비니의 '윤리적 자율주행 자동차'는 전 세계가 2025년까지 모든 차량에 자율주행시스템을 상용화하는 것이 실제 유용한 것인지 시뮬레이션 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국내 작가 김세진의 3D 모션 그래픽 비디오 작품 '전령(들)'은 1957년 소련의 우주 과학 기술을 상징한 동시에 인류를 위해 희생된 우주 개 '라이카(Laika)'에 주목했다.

정승 작가는 작품 '프로메테우스의 끈'을 통해 기술의 발달을 통해 생체 정보가 분석되고 비트와 같은 정보의 단위로 나뉘어 생명의 본질이 디지털 데이터로 존재할 수 있는지 실험한다.

백남준아트센터 관계자는 “작가들은 전시를 통해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며 “기술이 진보하는 과정에서 상실된 윤리적 현안들을 조명하고 미래사회에서 서로 공존하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