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정성스레 음식 준비
어려운 이웃에 배달까지 척척
따뜻한 미소는 덤…칭송 자자

“어르신들이 식사를 거르시지 않고, 안전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원시의 ‘평범한 아줌마’들이 ‘따뜻한 지역’을 만들고 있다. 수년째 어렵게 사는 노인들에게 반찬봉사는 물론 행정의 복지망에서 벗어난 위기 대상을 돕고, 위로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반찬 할아버지가 참 좋아하시겠다.” 지난 3일 오전, 수원시 오목천동의 한 식당이 사람으로 가득 찼다. 10명이 넘는 푸근한 인상의 아줌마들이 반찬을 포장하고, 위생상태 등을 점검하고 있었다.

5가지 반찬은 새벽부터 정성스레 만들어진 것이었다. 반찬과 함께 간식거리, 고무장갑 등도 한 봉지에 담겼다. 이들은 이내 반찬의 목적지를 서로 말하더니, 한둘씩 손에 챙기기 시작했다.

▲수원노인봉사회에서 노인 반찬제공 등으로 활동하는 회원들이 각 가구로 출발하기 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그리고 개개인 차량에 반찬을 실어 어딘가로 떠났다. 목적지는 ‘혼자 사는 어르신 집’. 노인들은 아줌마들의 ‘반찬 배달’이 익숙하면서도 반가워 보였다. 한 노인은 회원의 손을 꼭 잡고 “잘 먹겠다”며 연신 고마워했다.

이 같은 봉사활동은 5년 전 여성들의 작은 소망으로 출발해 지금까지 이어졌다. 지극히 평범한 아줌마들이었다. 임경자(63)씨는 2007년 정부 노인돌봄사업의 수행 인력인 ‘독거노인생활관리사’로 일했다.

당시 임씨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취약계층 노인을 돌봐주는 업무를 보면서, 끼니조차 챙기기 어려운 이들의 사정에 방법을 모색했다. 그 과정에서 동료 7명과 “우리가 뭉쳐 직접 어르신을 돕자”고 뜻을 모았다.

이에 전국 처음으로 독거노인생활관리사들이 퇴직 후 독거노인을 돕는 단체인 ‘수원노인봉사회(이하 수노회)’를 만들기 이르렀다. 임씨가 회장이다. 비록 규모는 작아도, 단 한 번의 ‘봉사 약속’을 어긴 적 없다. 꼼꼼하고 철저한 운영 ‘룰’도 있다.

수노회 회원들은 인당 1만원의 회비를 내고, 매달 2~3회 모여 반찬을 만들고 배달했다. 반찬 종류는 무조건 5가지 이상이다. 지금은 식당을 운영하는 회원이 있어 반찬이 더욱 고급스럽고 다양해졌다.

주기적으로 모여 효율적인 반찬 제공 방안을 논의하고, 비용절감을 위해 시장조사에도 나선다.

▲수원노인봉사회 회원들이 지역 노인에게 전해줄 반찬 등을 분주히 포장하고 있다.

수노회가 6년째 지속해서 돕고 있는 노인들은 16개 구도심 지역에 사는 45명이다. 초반에 20여명이었다가 대상이 점차 늘었다. 여태 수천 번의 끼니를 제공했고, 수만 개의 반찬을 만들었다.

직장인 또는 가정주부로 생활하면서 봉사활동을 더하는 이중노동이 다소 고된 측면도 있지만, 봉사자도 늘어 현재 40여명이 동참하고 있다.

수노회 봉사활동은 무엇보다 행정에서 자칫 놓칠 수 있는 ‘복지사각지대’를 돌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현재 국내 제도상 독거노인이어도 등본상 자녀와의 관계 등 문제로 복지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있다.

수노회는 자녀가 있어도 허름한 공간에서 전혀 돌봄 받지 못했던 노인들의 사례를 모아 반찬제공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등 서비스를 받도록 동사무소와 연계하거나, 생명이 위태로운 대상을 구하는 일도 있었다.

2018년 지역의 한 무연고 노인의 임종을 옆에서 지켜준 사람들도 수노회 회원들이었다. 수노회 아줌마들의 따듯한 마음은 지역에 소문이 퍼져, 기관 등의 응원을 받고 있다.

▲수노회 회원이 노인에게 반찬을 전해준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명자 수원시의회 의원은 “지역에 봉사활동이 다양하지만, 수노회를 빼놓을 수 없다”며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돌보자며 삶의 일부를 던진 아줌마들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영택 시의원도 “작은 도움이지만, 진심을 다한 선행에 노인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고, 여러 마을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수노회 회원들은 반찬을 챙기고, 전달하려는 과정에서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온정을 나누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봉사로 어려운 이웃이 잠시나마 웃으면 오히려 우리가 행복합니다.”

/글∙사진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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