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리 선손해사정제·인증대체부품 활성화해야”

선손해사정제 정비비용 사전 합의
보험사와 분쟁 방지 … 전국확대해야

인증대체부품 성능차이 없고 저렴
순정품 강요말고 소비자 선택맡겨야
▲ 인천자동차검사정비사업협동조합 임시총회 모습
▲ 인천자동차검사정비사업협동조합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실시
▲ 인천자동차검사정비사업협동조합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실시

1968년 설립된 인천시자동차검사정비사업협동조합은 협동조합 중에서도 오래된 단체 중 하나다. 배종국 이사장은 2015년부터 조합원 380여개 정비업체로 이뤄진 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다. 정비업체는 규모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카센터'로 불리는 전문정비소(3급)는 면적이 50㎡ 이상 규모로, 보통 정비사 1명이 엔진오일 교체 등 영업을 한다. 소형정비(2급)와 종합정비(1급)는 면적이 각각 363㎡ 이상, 660㎡ 이상이다. 정비업체는 정비부, 판금부, 도장부, 검사부 등 부서를 갖고 있다. 조합은 자동차산업의 근간이 되며 고용유지의 최일선에 선 정비업계의 발전과 인천지역 제조·뿌리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자동차 정비 이미지 사진.
▲ 자동차 정비 이미지 사진.

▲보험정비 투명해야 보험사기 등 사회적 비용 줄여

자동차 사고가 나면 정비업체에 수리를 맡기고 정비업체는 보험사를 통해 수리비용을 받는다. 수리비용이 적정한지를 놓고 정비업계와 손해보험업계가 시각차를 보이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정비업계는 보험사가 협력업체에 수리를 맡기는 대신 수리비를 깎거나 늦게 지급하는 횡포를 부린다고 주장하는 반면, 손해보험업계는 보험사의 당연한 의무라고 맞서왔다.

소비자인 차량 운전자들은 혹여 정비업체에서 수리비를 과도하게 산정했는데 이를 그대로 지급하게 되면 보험료 인상의 요인이 되는 등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2200만명이고, 자동차 보험시장은 6조원의 규모로 성장했지만, 자동차 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가 높지 않았던 탓에 가장 기본이 되는 정비업계와 손해보험업계가 갈등을 빚으면서 오히려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우려가 커졌던 것이 사실이다.

배종국 인천자동차검사정비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손해보험사와 마찰이 심했는데, 특히 자동차보험은 갈등 요소가 많아 시위나 집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배 이사장이 전국연합회 보험수가위원장으로 여러해 동안 투명한 보험정비 및 적정공임수가를 위해 노력한 결과 지난해 10월 정부여당과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서울시, 정비업계와 손해보험업계, 소비자연대 대표들이 자동차보험 정비에 대한 건전한 발전과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해 한자리에 모여 상생협역을 체결했다. 서울에서 시범사업을 운영해 전국적으로 확산시키자는 취지에서다. 올해 5월부터 '선(先) 손해사정 시범사업'이 서울에서 시작됐다.

선손해사정제의 기대효과는 정비개시 전 발급됨으로써 정비업자와 보험회사가 차량정비에 대한 정비요금을 정비개시 이전에 일정부분 합의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소비자한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배 이사장은 “선손해사정제의 프로세스가 기존 정비업자의 청구액과 보험회사의 지급액이 달라서 발생했던 차액부분 미지급에 대한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동시에 선손해사정서를 받음으로써 소비자들도 정비금액을 미리 알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손해사정 상생협약이 시범사업에 그치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대, 정착돼 정비공장과 손보사 사이에 고질적으로 발생했던 불필요한 분쟁들을 줄이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비서비스 또는 기술에 대한 대가는 정비업자가 결정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손보사가 손해사정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손해사정을 임의로 함으로써 정비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만큼 상생협약이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배 이사장은 “자동차 사고라는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비업체를 의심하고 수리현장을 떠나지 않았고 보험사는 수리비를 무조건 깎으려 들었다”면서 “정비업체 입장에서는 적당한 공임을 받지 못하고 수리를 할 때 마다 분쟁의 소지가 됐는데, 제도 시행을 통해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적정공임을 일정 부분 합의함에 따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공익성을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 인천자동차검사정비사업협동조합 경로당과 자매결연 모습
▲ 인천자동차검사정비사업협동조합 경로당과 자매결연 모습

▲순정부품 경쟁자 대체부품 키워야 소비자 이득

차량을 수리할 때 쓰는 완성차 계열 부품사의 이른바 '순정부품' 가격이 정부 규격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중소업체 제품보다 비싸다는 것은 매년 국정감사마다 지적되는 사항이다.

완성차 업체의 주문자생산제품(OEM)을 뜻하는 순정부품이 중소업체의 인증제품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도 대기업 부품사들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여전히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부품값이 크게 차이나는 것과 달리 지금까지 나온 관련 기관의 실험결과에선 순정품과 규격품 사이의 성능 차이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소비자단체에서는 중소업체 규격품과 성능 차이가 없는데도 소비자들에게 대기업 순정품만 쓰도록 강요하는 시장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완성차업계에서는 단순 수익위주 사업인 시중품과 달리 순정부품은 소비자기본법상 '자동차가 단종된 뒤 8년간 부품공급'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책임사업이고, 이윤을 기대할 수 없는 오지까지 부품을 공급해야 하는 만큼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정비업계에서는 여러 해 동안 차량수리과정에서 저렴하게 쓸 수 있고 이를 통해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에 인증대체부품 활성화를 위한 대책마련을 요구해 왔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자동차 제조사에서 출고된 자동차의 부품과 성능·품질이 동일하거나 유사하다는 것을 한국자동차부품협회에서 인증하고 정부자가 정비업체 및 보험사에서 수리비용 청구 시 사용하는 전산견적시스템에 인증대체부품 등 정비부품 1000여개 이상의 대체부품이 등재됐다.

배종국 이사장은 “정품 대비 저렴한 인증대체부품이 늘수록 차량수리를 맡기는 소비자의 부담도 줄어든다”며 “현재 자동차 정비업자는 차량수리 시 정비부품을 소비자에게 선택할 수 있도록 고지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인증대체부품을 선정할 경우 별도 사이트를 통해 찾아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후진들 자부심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 만들도록 최선”

“기술로 먹고산다 생각에 뛰어든지 반백년

“코로나19 견디자” 회원들에 긴급지원금

“운전자 정비에 친숙해질 공간 만들고파”

▲ 배종국 인천자동차검사정비사업협동조합 이사장
▲ 배종국 인천자동차검사정비사업협동조합 이사장

배종국 인천자동차검사정비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조합원과의 소통,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 등 자동차 정비업의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에 코로나19까지 덮친 자동차정비업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조합차원에서 조합원 정비업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업체당 20만원씩 긴급지원금을 지원했다.

배종국 이사장은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데다 원자재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자동차정비업체의 어려운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전반에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정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조합원 업체들에게 조금만 견디자, 견디자 한게 벌써 1년 가까이 되면서 정말 죄송스럽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조합을 이끌고 있는 그는 정비업계와 손해보험사 간 고질적인 분쟁이었던 선손해사정제도 도입에 앞장섰다. 전국연합회 보험수가위원장을 손해보험업계, 중소벤처기업부 등 중앙정부, 소비자단체는 물론 자치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대다수 국민의 안전과 재산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보험의 공공성과 기울어진 보험제도 개선에 앞장섰고 일정 성과를 가져왔다.

배 이사장은 “선손해사정 제도는 그동안 발생해왔던 우리 정비업자들과 보험회사들 사이의 고질적인 분쟁을 상당 부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남은 과제인 시간당 공임과 표준작업시간에 대한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 궁극적으로 의료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롤 모델 삼아 가칭 '자동차보험안전정비심사평가원'을 중앙부처 산하에 설치하는데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배 이사장은 조합 이사장으로서 현재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확대해 조합원에게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로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가입 업체의 조합가입 유도와 협동조합사업 활성화, 수익사업 증대를 위한 공동구매업체와 업무협약 체결이다. 자동차정비업의 후학을 양성하는 사업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4차산업혁명이다, 전기차 시대다 해서 자동차 정비업계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넋 놓고 있을 수 있겠나?”면서 “정비업이 산업단지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정비업 규모를 키우고 고객인 자동차 운전자들이 직접 정비하며 자동차에 친숙해질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려웠던 시기 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자동차 정비업에 뛰어든지도 벌써 반백년 가까이 됐다. 최신식 3층 정비소를 차려 고객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그는 여전히 사무실 한 켠에 선친과 가족 사진을 올려 놓고 미래를 설계한다.

배종국 이사장은 “기술 하나만 있어도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정비업에 뛰어 들었는데 이제는 후진을 양성해야 하는 책임있는 자리에 올랐다”면서 “먼지나는 열악한 환경이 아니라 후진들이 전문직으로써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정비업게 고령화에 대응하는 한편 소비자들에게 신뢰받는 업계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