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맛이라…무서운 밥도둑

미디어도 음식처럼 재료에 집중해야 사랑받죠

▲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 장영희 센터장이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 있는 게장 전문점 '노랑주전자 게장'을 찾았다.
▲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 장영희 센터장이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
있는 게장 전문점 '노랑주전자 게장'을 찾았다.

 

“주변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쓰는데 그리 어려움은 없는데 미디어 교육을 왜 배워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기본적으로 우리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관계를 맺고 지식을 얻으면서 살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활동은 대부분 직접 경험하기보다는 미디어라는 매개체를 필요로해요. 하지만 미디어는 현실을 '재현'하고 있을 뿐, 현실 그 자체를 보여주지는 않죠. 그래서 미디어에 실린 콘텐츠나 정보를 그냥 믿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평가하는 역량이 필요한 것이죠.”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 장영희 센터장이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 있는 게장 전문점 '노랑주전자 게장'을 찾아 미디어의 역할과 게장의 추억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미디어기술의 발전으로 미디어 환경도 크게 달라졌어요. 대표적으로 '미디어의 개인화'로 누구나 콘텐츠나 정보를 만들고 퍼뜨리고 있죠. '생비자(prosumer)'라는 말이 생겼는데, 이제 미디어 이용자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인 생산자이기도 하죠. 1인미디어와 소셜미디어가 대세가 된, 누구나 자유롭게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세상은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지요. 그런데 이런 순기능뿐만 아니라 가짜뉴스로 통칭되는 허위조작정보와 혐오표현, 사이버범죄가 횡행하고 있는 역기능도 커지고 있어요.”

지난 3월에 인천센터장으로 부임한 장 센터장은 미디어를 읽고 쓰는 능력을 가리키는 미디어리터러시를 강조한다. “미디어리터러시는 미디어접근과 미디어이해, 미디어참여, 미디어창조라는 네가지 역량을 포괄합니다. 전문가들은 '미디어에 제대로 접근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평가하며 참여하고 창조할 수 있는 역량이 곧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지적합니다. 자유로우면서도 올바르게 미디어를 활용하는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는 '인천시민의 미디어 놀이터'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는데 장 센터장은 인천센터가 미리 신청하지 않아도 인천시민들이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곳으로 가볍게 보고 듣고 느끼며 편하게 놀다 가기를 기대한다. “세종대왕께서 창제한 훈민정음이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인데, 시민이 주체가 되어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하라는 훈민정음의 정신을 미디어로 이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습니다.”

인천센터는 스마트미디어 특화센터를 표방하며 센터 내에 미디어아트와 증강현실(AR) 체험 갤러리를 구축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AI)에 기반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교육을 온오프라인을 섞어 진행했고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판별력을 기르기 위한 '나도 팩트체커'교육도 청소년과 일반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여러 프로그램 진행이 원활하지 못했어요. 또 개학 자체가 어려웠다가 온라인 개학이 이루어진 뒤 교육청의 요청도 있었고 인천지역 학교로부터 신청을 받아 인천센터 교육강사들로 미디어멘토단을 구성하고 학교를 찾아가 선생님 400여명에게 온라인 수업을 지원했어요. 센터 안에 실시간 강의나 온라인콘텐츠 제작을 위한 '미디어상담소'를 꾸려 선생님들을 돕기도 했어요.”

인천센터는 장애인과 저소득층 아동, 다문화가정 등 미디어 취약계층의 미디어격차 완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힘내라 인천'은 어려움에 처한 전통시장 상인들을 돕기 위한 홍보영상 제작프로그램이죠. 또 방송스튜디오가 탑재된 특수차량인 미디어나눔버스는 센터로 찾아오기 어려운 농촌 지역민, 장애인, 노인 등 미디어 약자를 우선 찾아갑니다. 서해5도 등 섬이 많은 인천 특성상 섬에 사는 학생들을 위한 미디어캠프를 개관 이래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도 덕적도와 대청도 학생들을 찾았어요.”

경북 내륙지방인 영주에서 태어난 장 센터장은 성장할 때까지 간고등어 외에 싱싱한 해물을 접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결혼 후 시댁이 충남 서산이어서 꽃게 간장과 어리굴젓을 거의 매일 식탁에 올리는 분들께 간장게장의 진수를 배웠다. “막 잡은 게로 끓인 꽃게장을 서산 동문시장에서 맛본 것은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그런데 노랑주전자게장은 게딱지 밥이 압권이라 할 수 있네요.”

 

-그 집 이야기

1년 내내 알 꽉 찬 연평도 꽃게만 손님상 위로

“제가 2002년부터 연수동 대동월드 주변에서 '노랑주전자'라는 상호로 막걸리집을 7년동안 운영했어요. 그러다가 2008년 10월에 청량산 자락 대운사 부근에서 게장집을 시작했는데, 사실 게장하고 노랑주전자는 잘 어울리지 않지만 이미 상표등록을 해놓은 상태이고 오랫동안 사용해서 애착이 가고 정겨워서 계속 '노랑주전자 게장'으로 쓰고 있어요. 그렇게 12년을 청량산 밑에서 장사하다가 건물주가 바뀌면서 지난해 7월 이곳으로 이전하게 됐어요. 한군데서 몇십년동안 영업하고 싶었는데 어쩔수 없었어요.”

인천 연수구 동춘동 라마다송도호텔 후문 주차장 출입구에서 걸어서 2분 거리에 있는 게장 전문점으로 유명한 '노랑주전자 게장' 김창수 대표는 연평도 앞바다에서 5~6월에 잡히는 봄철 꽃게 가운데 알이 꽉찬 암꽃게 1년치를 미리 확보해서 쓰고 있다.

“연안부두로 가져온 살아있는 꽃게를 대형 냉동창고에서 영하 70도로 급속냉동해서 돌처럼 단단하게 얼려야해요. 살아있는 게로 게장을 담그면 살이 물러져 탄력도 없고 맛이 덜해요. 일주일 쓸 게를 가져와 영하 20도의 가게 냉동창고에서 보관해서 게장을 담그고 있어요. 제 경험으로 보면 게장은 이틀 뒤에 먹어야 가장 맛있더라고요.”

인천 토박이인 김 대표는 박문여고를 출신으로 인하대에서 교육학과를 전공하고 역사학과를 부전공으로 졸업했다. 졸업하는 해에 임용고시가 없어지면서 교사의 꿈을 접은 뒤 롯데면세점에서 근무하고 학교에서 상담교사로 일했다.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한 뒤 20년정도 음식점을 했는데 손님들이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볼 때 너무 좋은거에요. 장사가 재미있더라고요. 그런데 게장이 매일 먹는 음식이 아니잖아요. 꽃게 가격이 워낙 비싸기도 하지만 손님들에게 부담을 줄이려고 꽃게 손질부터 10가지 반찬을 제가 직접 만들어 인건비를 낮춰 제대로 맛이든 게장을 저렴한 가격에 드리고 있어요. 게장도 40~50개 정도만 담가서 다팔리면 가게 문을 닫았어요. 돈에 대한 욕심이 있었으면 벌써 그만뒀을 거예요.”

김 대표는 맛있는 게장을 위해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 손맛과 양념맛은 만드는 사람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재료가 음식의 반이상을 좌우한다는 신념을 고수하고 있다. “노랑주전자 게장은 비법이 따로 없어요. 최고의 꽃게를 매일 정성스럽게 다듬어 고향의 엄마가 자식에게 해주는 사랑으로 요리하는 것뿐이에요. 손님 중에 은행 지점장이 계셨는데 한달 동안 매일 손님 바꿔가면서 오셨어요. 그러면서 '이집 게장 정말 맛있다'며 우리집 홍보대사를 자처하실 정도로 특별하고 고마운 분이었어요. 하지만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직장인들 단체 회식이 금지되면서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어요. 또 일본 단체관광 손님들이 간장게장을 엄청 좋아해서 종종 오곤 했는데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아예 발길을 끊게 된 것도 우리는 큰 타격이죠.”

4인석 테이블이 10개 있고 승용차 5대 주차가능한 자체 주차장이 있는데 주변 이면 도로 이용하면 주차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032-832-5421

 

-그 집 추천 메뉴

한정식 수준의 밑반찬 … 그중 별미는 곱창김

※ 간장게장

노란 알과 내장이 꽉 찬 게로 담근 간장게장은 두말할 필요없는 '밥도둑의 원조'다. 이 집의 간장게장 조리는 꽃게 손질부터 시작한다. 해동한 꽃게를 다리 끝부분을 잘라낸 후 꽃게 배딱지 안쪽과 다리 사이의 이끼와 진흙을 꼼꼼히 닦아낸다. 또 비린내가 강한 부위인 배딱지를 떼어내고 등딱지를 열어 아가미를 제거해준다. 간장게장 맛을 좌우하는 간장을 달이는 방법은 여느 집과 다르지 않다. 김창수 대표는 신선하고 물이 좋은 게를 쓰는 것과 비린내를 잡기 위해 넣는 과일과 마늘, 대파, 양파 등의 비율과 배합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라고 강조한다.

이 집에서는 처음 테이블이 세팅될 때 따뜻한 숭늉부터 나온다. 찬 성질의 간장게장을 먹을 때 찬물을 마시면 배탈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장은 먹기가 불편한 음식이다. 하지만 이 집은 김 대표의 남편이 게딱지에서 알과 내장을 빼내 접시에 넣고 직접 짜온 신선한 참기름을 넣어서 떠먹기 좋게 접시에 담아주고 게 앞다리도 전부 먹기 편하게 손질해준다. 흰 쌀밥을 한술 떠서 게장과 참기름의 고소함으로 비벼먹으면 비린 맛 전혀 없는 풍미가 입안 가득 전해진다.

※ 양념게장

꽃게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하며 타우린 성분도 풍부하게 들어있어 고혈압에 좋은 식품이다. 또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타우린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고혈압을 비롯한 각종 성인병에 효과적이다. 이 집의 양념게장은 잡자마자 급랭시킨 수게를 쓴다. 양념에는 매실을 넣어 새콤한 맛을 더하고 청양고추 가루를 섞어 칼칼한 맛을 살린다. 꽃게에 고춧가루, 다진 마늘, 생강, 간장과 과일 등으로 만든 양념을 넣고 버무린다. 양념은 2일만 지나도 물이 생기기 때문에 주문한 만큼만 만든다.

※ 10가지 반찬

'노랑주전자 게장'에서는 무생채, 무김치, 잡채, 샐러드, 멸치고추볶음, 오이무침, 나물볶음, 배추된장국, 곱창김, 갈치구이, 배추전 등 10가지 반찬이 기본으로 나오는데 곱창 김이 눈에 띈다. 곱창김은 전라도 지방에서 겨울철 한달 동안만 생산되는 김으로 일반 김에 비해 맛은 물론 영양가도 뛰어나다. 곱창처럼 길고 구불구불해서 곱창김으로 불리는데 간장게장에 밥을 비빈 다음 곱창김을 얹어 먹으면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글·사진 여승철·장지혜 기자 yeopo99@incheonilbo.com